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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Dec 06. 2020

인간은 모두 실수할 수 있는 존재다

플레인 센스를 읽고서

<플레인 센스>,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인문학 책이다. 항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 앞으로도 이런 류의 책을 또 읽을까 싶다마는 전혀 몰랐던 분야를 알아가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또 완전히 다른 분야를 접하면서 더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때도 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철학과 태도를 곰곰이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플레인 센스는 엄격한 공항 심사가 생겨난 역사적 배경에서부터, 밀항자들의 생존과 죽음, 비행 참사와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내 절차, 비행기의 탄생과 발달 등 항공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공항 심사가 엄격해진 배경에는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결과라는 점에 숙연해진다. 지금은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의 하나인 비행기가 라이트 형제가 비행을 했던 시대와는 달랐을 터. 비행 참사가 벌어지면 몇 백 명이 죽음을 맞기 때문에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 다음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기내에 추가적으로 설치하거나 대처 매뉴얼을 만들어 조종사를 훈련시킨다.


몇 초 내 판단이 더 큰 참사를 불러일으키느냐 마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에 조종사는 회항에 따른 추가 비용 등 외부 압력을 받지 않도록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설령 잘못된 경보가 들리더라도 조종사는 매뉴얼에 따라 긴급히 회항해야 한다. 안정성보다 경제성을 이유로 여러 차례 희생되었던 예전에 비해 오늘날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판단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


인간에 대한 철학에 따라 비행기 설계를 달리 했다는 부분도 흥미롭다. 대표적인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과 에어버스는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정반대이다. 보잉의 철학은 이것이다. '비행기를 통제하는 최종 권한은 언제나 조종사에 있다' 즉 인간이 만든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최종 권한은 인간에게 있다는 의미다. 반면, 에어버스의 철학은 '인간은 실수할 수 있는 존재'이다. 조종사의 모든 조작을 컴퓨터가 모니터링하고 이상 범위로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게 제한한다. 나는 이 두 명제를 보며 자율주행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최종 판단을 인간에게 주느냐 아니면 시스템이 통제하느냐는 인간을 보는 관점의 차이이지 무엇이 옳고 그르다로 나눌 수 없다. 


다만 에어버스 설립자이기도 한 로저 베테유의 말은 실수에 엄격한 우리 사회에 결과론적인 것이 아닌 더 좋아지기 위한 개선으로서 실수를 바라보게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모든 인간은 실수를 범한다. 조종사는 항상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고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 실수는 감추는 것이 아니라 수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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