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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Dec 19. 2020

3월의 내가 12월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3월이 끝나갈 무렵 내가 참여했던 크리에이터 클럽 모임도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모임장이었던 분이 1년 뒤에 나에게 보내는 편지 쓰기가 반응이 좋았다며 한 번 해보자고 제안을 했었다. 1년은 너무 기니 12월의 나에게 보내는 것 어떠냐며 시작한 편지 쓰기. 그때는 쑥스럽게 편지를 왜 쓰냐며 하면서도 12월에 내가 쓴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12월 중순이 다될 즈음 그 편지를 다시 꺼내보았다. 3월의 나는 멤버들 앞에서 편지를 읽으면서 울음을 참느라 목소리에 힘주었던 기억이 난다. 편지는 예상외로 담담했다. 3월의 나는 올해가 끝날 때까지도 취업이 안되서 내가 상심할까봐 걱정했나보다. 12월에 끝자락에 가까워진 시점에서 혼란스러웠지만 설레는 기대를 가졌던 3월의 내가 상상한 모습이 된 걸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아래는 그 글의 전문이다.




12월의 나에게


미래의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도록 지금의 내가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3월 끝자락에 서 있는 오늘에 크클 모임을 계기로 편지를 전하게 됐네요. 저는 여전히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할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에요.


지난 12월은 저에게 변곡점이 되었던 한 달이었습니다. 나를 받아줄 회사가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했고, 힘들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대로 안된다며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로부터 3개월 간 그 물음에 하나씩 답해왔습니다. 하나는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이며, 다른 하나는 내가 살면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무엇인가입니다.


저는 love myself라는 크클링을 시작으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으로 좋은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습관 목표를 정하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인증하면서 자존감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걸 혼자 하려는 태도를 놓아주고 나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만났습니다. 도움을 구하는 것이 내가 약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2020년 12월 끝자락에 서 있는 당신은 나답게 살고 있으신가요? 어떤 위치에 서 있든 제가 앞으로 선택하는 것에 따라 많이 달라져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내가 바라는 것을 성취해내지 못했다면 그래도 괜찮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12월이 다가올 그날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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