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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Apr 23. 2022

주니어 PO로서 시작

일이 설레고 재밌다!


"오늘 몇 명이랑 인사 나눴어요?"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지 셋 째날, 본부장님(회사 내에선 님으로 호칭한다)과 원온원 미팅에서 나온 첫 말이었다. 나는 늘 그랬듯이 누가 물어보기 전까지 이전 문서들만 읽고 있었던 터라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버버하고 있었다. K님은 어색하게 웃고 있는 나를 보며 다음 말을 이었다.


"저는 꽃비내린 님이 문서를 읽고 히스토리를 파악하는 것도 좋지만 이번 주에 많은 사람들이랑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해외 아티클을 구글링을 해보면 first 30 days product manager라는 연관 검색어가 뜰 정도로 첫 30일 동안 프로덕트 매니저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 그중에서 하나가 '원온원 미팅을 하라'가 있다. 이점이 한국 문화와 실리콘밸리 문화와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경우 입사한 팀의 사수 혹은 버디가 다른 팀 사람과 밥을 먹거나, 티타임을 주선하면서 한 명씩 알아가는 편이다. 나는 주니어 PO로 입사하고 아직 스쿼드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팀원들도 없어서 더더욱 어떤 사람들과 얘기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천천히 알아가자 하고 생각해버렸다.


하지만 K님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얘기하길 권유하셨다. 회사 내 많은 사람들과 미리 안면을 트고, 잘 지낼수록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도움을 구하기 쉽다는 뜻에서 말이다.


"우선 앞으로 맡으실 업무의 히스토리를 다운로드하려면 00님과 00님을 먼저 만나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00님은 PM으로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빠르게 적응하고 계시거든요. 그분에게 어떻게 잘 적응할 수 있었는지 얘기를 들어보세요."


이렇게 시작된 원온원 미팅은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전에 아티클에서 미팅 때 물어볼 만한 질문들을 알고 있어서 그 질문을 중심으로 얘기를 나눴다.


1. 이 팀과 제품에 대해 알아야 할 것에 대해 알려주세요. (역사, 목표, 비전, 어려움 등)

2. 제가 PO로서 가장 뭘 하면 도움이 될까요?

3. 제가 일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문서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문서, 책, 영상 등)

4. 제가 원온원 미팅을 해보면 좋을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1번의 경우 앞으로 맡을 업무의 히스토리를 전반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어떤 실험들을 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알게 되니 다음 스텝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2번의 경우 앞으로 같이 일할 때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 좋을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히 4번째의 경우 안면도 없는 사람과 원온원 미팅을 요청할 때 '00님이 소개해주셔서 알게 됐는데요...' 하면서 얘기를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처음엔 먼저 연락하는 게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들 흔쾌히 시간을 내주시고 친절하게 답해줘서 즐거웠다. 그래서일까 원래라면 한 달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한데 일주일도 되지 않아 회사의 소속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회사는 문제 정의를 굉장히 중요시한다. 수많은 아티클을 읽으면서 강조해 왔던 회사의 상위 목표와 얼라인 되는 문제 정의를 직접 해볼 수 있었다. 아티클을 읽고 머리로 상상하던 거와 실제 적용하는 일은 다르다는 걸 느꼈다. K님과 두 번째 원온원 미팅을 하면서 문제 정의를 하긴 하는데 한 기능에 한정해서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 문제가 맞는지 가설을 확인하려고 A/B 테스트를 진행해보려고 해요. 그런데 한 달에 유입하는 유저 수가 적어서 검증이 어려울 것 같아서 실험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에요."


K님은 '건강한 질문'이라고 하면서 방법론을 바로 적용하기보다 이 테스트를 진짜 하는 게 맞는지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며 다른 방식으로 해볼 만한 것들을 추천해주셨다. 그러면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보고할 때 이런 식으로 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설명해주셨다.


1. 퍼널 별로 전환율을 보고할 때는 시각화해서 이 전환율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준다.

2. 일반적으로 예상 가능한 결과는 바로 개발하고, 정말 파악해야 하는 문제를 찾는 것이 좋다.


빠르게 문제를 짚어 주고 앞으로 어떤 점을 개선할지 설명하는 K님을 보면서 감탄 또 감탄.. 롤모델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주니어 PO로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 어떤 프로젝트를 경험해보면 좋을지 고민해보고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작은 단위의 프로젝트를 맡겨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나중에 시니어 PO가 되면 주니어 PO에게 이런 식으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전까지는 누군가 나에게 일이 재밌냐는 질문을 했을 때, 일 하나하나를 따라잡기 급급했던 터라 Yes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뭐랄까. 회사에서 챌린지를 많이 주고 일도 빡센 편인데도 마음이 설렌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일이 재밌다. 정말로! 앞으로도 이렇게 재밌게 일하면서 시니어 PO로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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