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비내린 Jun 12. 2022

첫 인터뷰

PO로서 고객을 직접 만나보는 시간

"바빠서, 회의가 있어서 미루게 되면 절대 못 가는 거야.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 그냥 가야 돼"


회사에 이직한 지 2달째, 이전에 여러 번 농가 인터뷰를 가셨던 L PO분이 PO 위클리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며, 꼭 고객을 만나서 인터뷰를 경험해볼 것을 강조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바쁜 와중에도 기여코 시간을 내어 지난 금요일에 인터뷰를 다녀오기로 한 것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직접 만나보고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우리 서비스는 농민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농사 경험이 없는 나로선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내기란 어려웠다. 그래서 더더욱 농민의 삶을 가까이서 볼 경험이 중요했다.


오전 7시 30분. 평소라면 이제 막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는 시간에 이동할 차량을 기다리면서 조금은 피로감이 있지만 정신은 맑았다. 오늘 함께 가는 구성원은 유저 리서처 C님과 마케터 L님 그리고 나. 2시간을 걸려 도착한 곳은 화훼 농가였다. 오른편에 논밭이 보이는 외길을 따라가니 마침 트럭에서 내리는 어르신이 보였다.


'어디서 오셨어?'라는 물음에 C님이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회사를 소개하며 서울에서 왔다고 답했다. 2시간이면 먼 데서 오셨다며 안으로 들어와 하더니 냉장고에서 병 음료를 하나씩 건네주었다. 마땅한 자리가 없어 플라스틱 상자를 뒤집어 놓고 그 위에 새 신문지를 깔고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질문할 게 있을까 생각해 C님이 질문하는 모습만 지켜봤는데,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자연스럽게 질문이 스르륵 나왔다. 사실 응답자는 좋은 말만 하기 마련이기에 앱 자체에 대한 얘기보다는 평소 어떻게 지내는지 듣는 데서 더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저녁에 오면 먼저 보는 게 X 서비스이고 그다음에 Y를 보지. 두 개를 많이 써." 내가 다녔던 회사 서비스도 나와서 내심 반가웠다. 돌아가는 길에 각자가 느꼈던 인사이트를 공유한 시간을 가졌는데, 각자가 관심 있게 보는 게 달라서 신기했다. 가령 L님의 경우 어떤 앱이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했었고(마케팅 채널을 보려고) 옥외광고로 무엇이 보이는지 관심 있게 보셨다. 나의 경우 앱 내에서 뭘 눌렀을 때 왜 눌러봤는지, 의도에 대해 궁금해했었다. C님은 다양한 관점에서 고객을 이해할 수 있어서 여러 직무의 사람들이 참여하게 하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는데, 나도 그 말에 공감이 가서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뷰를 끝내고 비닐하우스를 둘러보던 중 원하는 식물 하나씩 가져가라며 어르신이 허허 웃으셨는데, 안 그래도 된다고 손사래를 쳐도 한사코 거부하셔서 하나씩 나눠 가졌다. 따스한 환대에 좋은 기운을 얻고 가는 길에 앞으로도 자주 시간을 내어 고객을 만나봐야지 하고 결심하며 차량에서 내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EM과 첫 원온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