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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Sep 28. 2022

우선순위는 PM이 결정한다.

우선순위는 PM이 결정한다.

이 문장의 의미를 절실히 느낀 오늘. 오전에 일정과 전략에 대한 질문을 수차례 받고 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뿌리가 단단해야 하는데 언제든 뿌리째 뽑힐 것 같은 빈약함이 느껴져서일까. 점심시간에 같이 먹던 PO분이 괜찮냐고 물으시자마자 울컥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


"다 중요하고 시급한 게 많은데 어떤 걸 우선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팀원에게 계속 우선순위를 바꿔 얘기하는 게 어려워요."


최근에 오신 지 얼마 안 된 PO Y님은 자신이라면 서로 의견이 맞지 않다면 납득할 때까지 토론하겠다고 말하시면서,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이 일의 숙명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그 후로도 이어진 동료 PO분의 조언을 용기 삼아 CPO(J)님과 원온원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J님 오전에 회의를 하면서 고민이 있는 부분이 있어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과 피드백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요."

나는 J님이 평소 '이 기능은 빠르게 할 수 있겠는데?'라는 말과 '이 기능은 이번 말까지 가능하죠?' 같은 말에서 빨리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만약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지금 하던 일을 미루고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어렵다고 얘기했다.


J님은 내 얘기를 듣고 나서 이렇게 답했다.

"제가 꽃비내린님께 이렇게 물었던 이유는 경험적으로 이러이러한 기능들이 빠르게 개발될 수 있는 걸 알고 있어서 여쭤본 거였어요. 당연히 지금 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단하고 우선적으로 하라는 의미는 아니었어요. 해당 영역에 대해서는 PO가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PO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와 우선순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에 대해 먼저 싱크를 맞춰보면 좋을 것 같아요."


상위직급자의 얘기면 무조건 빨리 해야 한다고 생각이 있었다 보니 스스로 우선순위를 잡고 서로 논의하는 방식이 아직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CPO님이 PO의 결정 권한에 대해 힘을 실어주셔서 조금 더 당당히 우선순위에 대해 먼저 얘기하고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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