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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Mar 11. 2020

해산물을 못 먹습니다

해산물 못 먹는 1인의 점심 메뉴 정하는 법

주변에 나만큼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명확한 사람을 못 봤다. 보통 음식을 주제로 얘기가 나오면 서로 어떤 음식이 가장 맛있었는지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한 사람씩 좋아하는 음식을 얘기하다 보면 으래 내 차례가 오기 마련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없는 지라 "다른 건 먹어도 이건 절대 안 먹는다"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워했다. 그 이유는 바로,

'내가 해산물을 못 먹는다는 것'
정확히 말하자면 입에 넣어 삼킬 수는 있지만 절대 손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 생신날마다 횟집에서 모든 친척들이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회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커 가면서 어느 순간 그 자리에 있기가 불편해졌는데, 그러다 보니 회를 먹는 것을 기피하게 됐고 실제로 날 것을 먹을 때 식감이 좋지 않아 도로 뱉어버리기 까지 했다.

회의 물컹한 식감과 날 것의 비릿한 냄새에 대한 불호는 다른 음식에도 전이되어 비슷한 식감을 가진 굴, 조개와 같은 해산물은 물론 비린내가 나는 날 것의 음식은 손대지 않게 됐다.

이렇게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다 보니 회사에서 먹는 점심 메뉴도 한정된다. 직장동료가 '점심때 뭐 먹을까'하고 물으면 어떤 음식을 먹을지 바로 떠올리고 오늘은 '이거 어때?'하고 툭 던진다. 이런 모습을 보는 주변 지인의 입에서 '음식 앞에선 단호하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그런들 어쩌랴. 이미 입맛은 확고해서 변하질 않는 것을. 해산물을 못 먹는 대신 주변 맛집들을 평소에 리스트업 했다가 점심이나 저녁 약속이 있으면 먼저 제안해서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을 아낀다. 세상에 존재하는 음식의 절반을 즐기지 못 하는 나의 자구책이랄까. 나름의 타협점을 찾고 음식 맛을 즐기려 노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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