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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례식

스물아홉번째 밤

by 꽃비내린

장례식을 떠올리면 더 밴드 페리의 'If I die young'이란 노래가 생각난다. 이 곡은 요절한 젊은 이가 남겨진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갑작스런 죽음은 대비할 수 없지만 만약 죽음을 앞두고 충분히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장례식만큼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면 한다. 올해 초에 장기기증을 신청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겠지만 나는 죽음 이후에 육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다른 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장기를 기증하는 것쯤이야 상관없다.


글쓰기를 좋아하니 죽기 전 일생을 마무리하며 느낀 감정과 이후에 남겨질 사람들을 위한 안부에 대해 쓰고 싶다. 장례식에 방문한 분들께 팜플랫처럼 한 부씩 가져가 읽을 수 있게 하고 싶다.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만이라도 방문해 준다면 기쁠 것이다. 화장을 하고 나면 수목장을 치르면 좋겠다. 납골당이나 묘지는 후세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거라 생각한다. 나무 한 그루를 심어 환경에 이롭게라도 하면 좋겠다.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더운 여름 뙤약볕 아래 피신처로 삼는 것 만으로 족하다.


'If I die young' 곡 중에 'So put on your best, boys, and I'll wear my pearls'이란 가사가 있다. 가장 좋은 옷으로 입고 와, 난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을게란 뜻이다. 이 가사처럼 장례식에 와준 분들께 작은 부탁을 드리고 싶다.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찾아와 나와의 좋았던 기억만 추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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