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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될 사람

스물여덟번째 밤

by 꽃비내린

"너는 잘할 것 같아"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항상 들었던 말을 꼽으면 이 말 밖엔 없는 것 같다. 당시엔 나의 뭘 보고 잘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했을까 의아했었다. 아마도 하나라도 더 배우고 노력하는 성실함을 높이 산 게 아닐까. 남과 비교해서 그렇지 돌아보면 가만히 있던 적은 없었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 가르치는 데로 묵묵히 하기보다 왜 이렇게 하는지 더 쉽게 하는 법은 없을지 고민했다.


초심자의 행운이랄지 1학년 1학기에 과에서 1등을 하면서 동기들에게 공부 잘하는 애로 통했다. 그 후에 1등을 매번 하진 못했지만 한번 그렇게 첫인상을 남기고 나니 쭉 그렇게 이어졌다. 다른 사람의 기대치를 맞추고 싶어서 더욱 공부를 열심히 했다. 남들은 노는 1학년 시기에 강의가 끝나자마자 도서관으로 가 그날 강의 내용을 복습하기 바쁠 정도로.


한창 취업준비를 하던 때엔 꿈이 명확했다. 친구들을 만나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면 감정이 고양되고 마치 뭐든 말하면 이뤄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당시 대학 친구 S는 '너는 나중에 크게 될 사람인 것 같다'라는 말을 했었다. 다른 심리학과 동기들은 상담이나 공무원으로 빠지는 일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생소한 IT, 게다가 스타트업으로 뛰어들었으니 공부든 꿈이든 앞을 나아가는 친구라고 여겼던 것 같다.


잘 될 사람. 그렇게 되리라 믿고 열정으로 취업을 했던 나는 지금은 왠지 그 말을 수식어로 붙이기 조심스럽다. 의욕적이던 마음과 가슴 뛰는 꿈은 자취를 감추고 차분히 가라앉은 나만 홀로 남아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와 달리 아는 게 너무 많아서 '이건 이래서 안 되지'하고 중얼거린다. 다시 꿈을 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생각만 해도 벅차오르고 당장이라고 뛰어들고 싶은 그것. 이름 앞에 잘 될 사람이란 수식어를 당당히 꺼내놓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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