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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Mar 04. 2020

자전거 도전기

어릴 때 안 해봐서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 '자전거 타기'이다. 이른바 '고속 공포증'으로 명명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 흔한 롤러스케이트도 무서워 타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 네 발 자전거를 탔었다. 뒷바퀴에 2개 보조바퀴가 있어 균형 잡기가 쉬웠고 하교 후 집 근처를 한 바퀴 돌곤 했다. 그런 추억이 있어서인지 한강공원에 처음 갔을 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타보고 싶어 졌다.

1시간 대여료를 내고 자전거 핸들을 잡았을 때 기억했던 것보다 훨씬 묵직했다. 그리고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자마자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네 발 자전거와 두 발 자전거는 타는 법이 전혀 달랐다. 네발 자전거는 페달만 밟으면 됐지만 두 발 자전거는 지탱하는 바퀴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자전거를 탄 첫날은 페달만 밟느라 고생했다. 1시간 내내 한 발로 페달을 밟다가 다른 발을 떼기 전에 스탑. 뙤약볕에 고생하기만 한 기억이 난다. 그 후 한참 동안이나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다. 두 번째는 서울숲에서였는데 이번에는 두 발이 페달을 밟을 때까지 연습했다. 보통 자전거는 누가 뒤에서 잡아줘야 빨리 배운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같이 할 사람도 없기도 하고 혼자서 해보고 싶은 오기가 생겨 도움을 받진 않았다.

두 시간 만에 페달을 양발로 밟는 정도까지 해냈다. 막바지쯤에 제대로 옆으로 넘어졌는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넘어질까 봐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친구와 뚝섬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탔다. 탔다기보다 친구가 옆에서 타는 법을 알려주면 따라 하기 바빴지만 말이다. 혼자 할 때보다 좋았던 건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한 자세를 빨리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페달을 밟다가 균형을 자주 잃고 멈추는 걸 보고 친구는 '페달을 밟는 발과 반대쪽에 몸에 힘을 실으라'라고 조언했다. 친구의 말에 따라 자세를 바꾸자마자 양발로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다음 문제는 방향이었다. 페달을 신경 쓰느라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타다 보니 손잡이에 힘이 많이 들어가 직선으로 가지 않고 옆으로 계속 치우쳤다. 친구는 기어를 3단으로 올려보라고 말했다. 원래 1단이었을 땐 손 힘에 따라 방향이 쉽게 바뀌어 조정이 힘들었는데 3단으로 올리면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친구의 일일 속성 과외를 통해 한번에 쭈욱 나가는 정도로 발전했다. 다음에는 좌우로 움직이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자전거 도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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