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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Mar 04. 2020

파리의 플라뇌르

매그넘 인 파리 전시회를 다녀온 후기

프랑스 대표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근대의 수도로서 매 순간 변화하는 파리의 풍경과 도시 생태계를 관찰하는 도시인을 플라뇌르 즉 '산책하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매그넘 인 파리 전시회에서 나는 사진작가를 통해 잠시 플라뇌르가 되어 파리의 근대화 과정을 누볐다. 매그넘 인 파리에선 매그넘 포토스에 소속된 사진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등의 건축물 외에도 전후 시대의 파리지앵의 삶과 현대의 파리인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진기의 발명으로 미술작품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보다 예술가의 의도를 반영한 작품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는 야수파와 입체의 탄생을 가져왔다. 마찬가지로 사진 또한 객관적인 관찰에서 사진가의 주관이 담긴 예술로 변화했다. 렌즈의 초점은 빗나가기도 하고 일부를 가림으로써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사진을 감상하는 이는 사진 속에서 작가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음미하게 된다. 어느 작가는 사진의 의도를 모르더라도 사진에서 풍기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를 푼크툼이라고 한다. 푼크툼이란 사진에서 어떤 작은 요소가 사람의 가슴을 찌르는 현상을 말한다.

내가 느꼈던 푼크툼은 1900년대 파리의 모습과 현대 파리의 모습과의 괴리에서 느끼는 오묘한 감정이었다. 예전의 파리는 마치 영화의 한장면으로 나올 법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관람자는 파리 환상적인 분위기에 매료된다. 시대가 가까워질수록 특유의 분위기는 없어지고 친숙한 건물과 의상을 보게 되고 감흥이 덜해진다.

'이런 것도 사진으로 찍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심한 작품을 보다 문득 2000년대의 사진들이 몇십년이 흘렀을 때 미래의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라는 생각으로 넘어갔다. 분명 미래의 모습은 지금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를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물건들도 생활모습도 미래에선 독특한 무언가로 남아있을 것이다. '2000년대의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살았구나'하며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지 않을까.

나는 로버트 카파의 말로 글을 마치려 한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에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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