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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Apr 03. 2020

노동은 1차적인 욕구 충족의 수단에 불과할까요?

한국의 취준생이 바칼로레아 철학에 답하다 (6)

역사학 교수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에서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인지과제에서 인간을 능가하면 직업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산업화 시대에 기계는 인간의 육체적인 능력을 보조하는 일을 수행했습니다. 정보화 시대에는 컴퓨터를 통해 방대한 양의 연산처리가 빨라지면서 인간은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업화 시대와 정보화 시대에는 사라지는 직업 수만큼 새로 탄생하는 직업 수도 많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실업률로 고통을 받더라도 기술의 발달이 인간 노동의 가치를 위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침범하면서, 인간 노동의 가치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소수의 의사결정자를 제외한 대다수는 노동의 가치를 제공할 수 없는 '무용 계급'으로 전락할 것으로 경고한 바가 있습니다.


주변에 흔히 얘기하는 '먹고살기 위해' 혹은 '어쩔 수 없이' 일한다는 말은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중 안전과 생리 욕구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노동의 종말이 도래될 미래에서는 노동에 대한 정의를 다르게 해야 합니다. <미래인문학>에선 미래의 노동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노동은 먹고살기 위한 생존 노동이 아니라, 인간의 행복을 구현하기 위한 목적 노동입니다. 삶의 존재 의미를 찾고 존재의 가치를 높여 주는 방식으로서의 노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1차적인 욕구 충족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에 고민하고 있지만, 일을 통해 존재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 합니다. 이를 위해서 사람들은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일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화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즉 인생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목적(존재의 의미)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노동)이라는 관점에서 '노동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평생직업과 평생직장의 의미는 사라지고 직업과 직장은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거쳐 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번외로 디지털 조선, 한국경제, 조선 위클리 비즈를 참고해 세대별 특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세대별로 시대적 배경과 그에 따른 가치관을 비교해보면 세대별로 직업인식이 상이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

6·25전쟁이 끝난 뒤 태어난 세대

고도 경제성장과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

컴맹 제1세대

부모님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들을 황제처럼 모시는 첫 세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는 세대

가족을 위해 밤새워 일했건만 자식들로부터 따돌림당하는 비운의 세대

20여 년 월급쟁이 생활 끝에 길바닥으로 내몰린 구조조정 세대


관심사: 고용 안정

직업의식: 조직중심, 고용주에 대한 충성

성공한 인생: 돈을 많이 벌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


386세대(1960년대생)

대학에 다니며 학생운동,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세대

낮에는 돌을 던지고, 밤에는 막걸리를 마시며 토론하는 대학 생활

정치적으로 개혁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

조직적 학생 운동을 했던 경험으로 집단주의 문화에 익숙


성공한 인생: 큰 걱정 없이 안정된 수입으로 가족과 화목한 삶


X세대(1970년대생)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는 개성파, 경제적 풍요 속에 성장한 세대

경제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었던 세대

워크맨(카세트 플레이어)과 삐삐(무선호출기) 사용

1994년 처음 치러진 수능을 경험한 수능 세대

1994년 김일성 사망으로 한국 사회를 짓누르던 반공 이데올로기에서 정신적으로 해방


관심사: 일과 삶의 균형

직업의식: 본인 포트폴리오 중시, 전문 능력 함양에 관심

성공한 인생: 큰 걱정 없이 안정된 수입으로 가족과 화목한 삶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

베이비부머의 자식 세대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미 제너레이션(me generation)’

대학 진학률이 높고 SNS에 익숙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세대


관심사: 자유

직업의식: 디지털 창업, 조직을 위해서가 아닌 조직과 함께 일하는 것

성공한 인생: 수입은 적지만 좋아하는 일, 취미활동을 즐기며 사는 삶


Z세대(1997년생~)

X세대의 자녀들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을 경험한 ‘디지털 네이티브’

2000년 초반 정보기술(IT) 붐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 세대

2005년 출범한 유튜브와 함께 자라 ‘유튜브 세대’

TV·컴퓨터보다는 스마트폰, 텍스트보다 이미지·동영상 콘텐츠 선호

부모 세대인 X세대가 2008년 금융위기로 경제적 어려웠던 사실을 알고 있어 안정성과 실용성을 추구


관심사: 개인의 행복

직업의식: 유연한 고용 선호, 본업과 부업 멀티태스킹


세대별로 겪은 시대적 배경과 그에 따라 형성된 가치관은 그 세대의 직업의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양한 직업의식이 혼재된 이 시기에는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현재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직업의식만 고집해서는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은퇴 후에 뒤늦게 자아실현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만큼 '자아실현으로서' 노동을 보는 시각을 무시하기보다 그 변화에 따라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123/98498066/1

http://digitalchosun.dizzo.com/site/data/html_dir/2019/08/07/2019080780186.html?rel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8101267181

http://weekly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2/2019082201392.html

이미지 출처: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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