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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Apr 07. 2020

기술이 인간 조건을 바꿀 수 있을까요?

한국의 취준생이 바칼로레아 철학에 답하다 (8)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산업혁명의 역사를 되짚어 보지 않더라도 매장 내 키오스크 도입으로 주문방식 변화, '마이크로모빌리티'란 개념을 만든 전동킥보드, 공간정보 기술과 수요예측 데이터로 단축된 배송시간까지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술은 일반적으로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한편으로 기술의 빠른 변화가 기존 산업과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기술의 미래를 논의할 인간의 노동은 빼놓을 없는 주제입니다. 이번 글에선 기술이 인간의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 가지 관점에서 설명해보려 합니다.



유토피아적 시나리오


'기술은 인간의 노동시간을 줄여왔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TED 영상 '한스 로슬링과 마법의 세탁기'에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스 로슬링은 세탁기의 탄생이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나라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TED 강연에서 세탁기의 마법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시간을 얻은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가정에 세탁기가 도입되면서 손빨래를 해야 했던 시절에 비해 여가 시간이 늘어났고, 그 시간을 아이의 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기술은 육체적인 노동시간을 줄이고 정신적인 활동시간을 늘리게 했습니다. 농업 시대에 꿈도 못 꿨을 여행, 교육, 문화생활 등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다줬던 기술의 발전은 오늘날 인간에 대한 위협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해졌습니다. 육체적인 노동을 보조하는 것을 넘어서 정신적인 노동에서 인간을 넘어서는 기술이 현실화됐기 때문입니다.

 

AI 시대의 노동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도 존재했는데요. Richard Zuroff의 'AI시대의 일자리: 낙관적으로 봐도 되는 이유들'에 따르면 AI의 영향이 경제와 노동 시장에 긍정적인 이유를 세 가지로 들고 있습니다.


첫째, 컴퓨터와 관련된 기술을 보완하는 기술보다 사회성, 공감, 판단력 등 현대 인공지능을 보완하는 기술이 중요해졌습니다. Richard는 사회성, 공감, 판단력은 교육적인 성취와는 관계가 적기 때문에 노동의 수요가 좀 더 공평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평하게 분배된 노동 수요는 일부 숙련된 노동자에 임금 상승이 쏠렸던 노동 시장의 양극화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둘째, 현대의 인공지능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Richard는 지난 20년간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디지털 기술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기보다는 과거 노동자의 작업을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그전까지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도 생산성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요. 인공지능 기술은 저비용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생산하게 됩니다. 이렇게 얻은 이익은 주주와 직원 모두 공유한다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셋째, 인공지능이 법적 그리고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과제를 맡으려면, 인공지능이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부정확한 상황에서도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공정성, 인간 중심 디자인 등 분야에 기술적인 진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무엇이 도덕적인가'에 대한 판단은 인간의 사고 영역이므로, 인간이 앞으로 노동에서 멀어지기보다 오히려 비즈니스의 중심에서 기계와 상호작용할 것이라는 얘기지요.


'AI시대의 일자리: 낙관적으로 봐도 되는 이유들'에선 기업들이 현재 기계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달하고 있고 이에 대한 투자를 통해 차별화를 꽤 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기업 간 자본재의 보유 수준은 유사해질 것입니다. 더 이상 기계와 소프트웨어 기술로 차별화하기 어렵게 되면 다시 사람의 시간, 재능, 아이디어가 중요해집니다. 따라서 AI가 일자리를 모두 빼앗아버린다는 암울한 미래가 도래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


세인트루이스 연방 준비은행의 '자동화의 부상 : 로봇이 미국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 기술로 인해 일의 양극화(Job Polarization)가 심화될 것이라 예견했습니다. 보고서에는 미국 노동 시장에 존재하는 직업을 다음과 같이 4가지로 분류했습니다.


비정기적 지식노동(Nonroutine cognitive): 관리직, 전문직 및 관련 직종

비정기적 육체노동(Nonroutine manual): 건강관리, 음식 준비 및 제공, 청소 등 돌봄 서비스 직종

정기적 지식노동(Routine cognitive): 영업 및 사무직

정기적 육체노동(Routine manual): 건설, 운송, 생산 및 수리 직종 


아래 직업 그룹별 고용 수준을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정기적 지식노동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정기적 지식노동과 정기적 육체노동은 점차 감소하다가 2010년부터 고용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의 자동화가 확산될수록 점차 반복적인 일에 대한 노동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아래 거품형 차트는 정기적 육체노동과 로봇의 도입에 따른 효과가 어떤 상관관계를 보이는지 나타내고 있습니다. 원 크기는 한 지역 사이즈를 나타내며, 그래프에 직선은 회귀선입니다. 지역 노동 시장에 정기적 육체노동과 자동화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 한 지역 내 로봇의 투입이 증가하면 정기적 육체노동자 수는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자동화는 일의 양극화에 중요한 요인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유토피아적 시나리오와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는 각각 기술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지만, 인간의 노동이 재정의될 것이란 점에서 동일한 견해를 가집니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모두 빼앗아 빈곤층이 심화되든, 인간이 노동에서 벗어나 자아실현을 하게 되든 기술이 인간의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의 노동 가치가 변화하더라도 인간 본연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기술이 편리함을 제공할수록 인간은 기술에 의존하게 되고 본래 장점(공감, 창조 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앞으로 미래에는 사회성, 공감, 창조 등이 중요시될 것이므로, 기술의 편리함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인간의 무엇을 잃게 될지 생각하고 기술에 얽매이지 않는 인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https://www.stlouisfed.org/publications/regional-economist/second-quarter-2019/rise-automation-robots

http://bitly.kr/rVutqg2o

이미지 출처: Photo by Joshua Hoehn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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