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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Apr 13. 2020

정당한 폭력은 존재할까요?

한국의 취준생이 바칼로레아 철학에 답하다 (11)

정당한 폭력이 존재하는지를 따지기 전에 '정당하다'와 '폭력'의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정당하다'는 뜻은 이치에 맞아 올바르고 마땅하다는 의미입니다. 폭력은 신체적인 상해를 입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정당한 폭력은 신체적인 상해를 입히는 행위가 올바르다는 말이지요.


폭력은 좁게 보면 신체적인 해를 입히는 것이고, 넓게 보면 정신적인 피해까지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선 '신체적인 폭력'에 한정해서 얘기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폭력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사례는 '정당방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당방위는 폭행으로부터 자기 혹은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행한 가해 행위를 의미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폭행은 국내 법령에선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폭행은 신체에 대한 불법적인 유형력의 행사를 말하며, 그 성질이 반드시 상해의 결과를 초래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발, 수염을 잘라버리는 것, 손으로 사람을 밀어 높지 않은 곳에 떨어지게 하는 것, 사람의 손을 세차게 잡아당기는 것 등도 폭행이 됩니다.


형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면 정당방위로 성립하기 위한 요건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객관적 요소로서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라는 정당방위 상황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둘째, 주관적 요소로서 '방위하기 위한 행위'라는 방위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셋째, 규범적 요소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앞에 두 가지는 명백합니다. 폭행과 같은 위협을 받은 상황에서 위협을 막기 위한 가해 행위이면 객관적 요소와 주관적 요소 모두 성립합니다. 하지만 '상당한 이유'라는 말은 열린 개념입니다. 상당한 이유의 기준을 결정하기 위해선 위협을 막기 위한 행위에 폭력이 필수적인가에 대한 물음과 폭력을 동반하더라도 그 정도는 어느 수준이 적정한가에 대한 물음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판례에서 상당성을 판단할 때 '사회적 통념'에 따를 것을 요구합니다. 즉 사회적 통념상 지나친 폭력이라면 정당방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이런 정당방위 요건 때문에 위협을 피하기 위한 행위였음에도 양형을 선거받아 억울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죠.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과연 정당한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방위의 목적으로서 폭력은 일부의 불과합니다. 역사적으로 직접적인 항거를 위해 폭력을 사용하기도 했으니까요. 우리는 정당함의 긍정성과 폭력의 부정성이 함께 놓이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낍니다. 누군가는 정당한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고 말하지만, 폭력의 대상은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당한 폭력은 대상에 따라 상대적인 걸까요?


정당한 폭력 대신 폭력의 정당화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종교사회학자 피터 버거에 따르면, 정당화란 구성된 세계가 설명될 수 있고 올바르다고 주장될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정당한 폭력이 올바른 가해 행위를 의미한다면, 폭력의 정당화는 가해 행위를 어떤 명분을 두고 정당한 것으로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군주론>의 마키아벨리는 신군주의 폭력은 불가피한 것으로 얘기하면서, 폭력이 파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질서를 재정립하는 것인 한 정당화된다고 말합니다. '정당한 폭력'이 아닌 '질서 정립을 목적으로 한 '폭력의 정당화'를 얘기한 것에 주목해보면, 마땅히 행하는 폭력보다는 어떤 목적에 의해 행하는 수단으로써 폭력을 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지만 정당한 폭력이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싶습니다.





[참고자료]

http://news.koreanbar.or.kr/news/articleView.html?idxno=1184

http://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538&ccfNo=1&cciNo=1&cnpClsNo=1

http://www.rapportian.com/news/articleView.html?idxno=5367

http://weekly.hankooki.com/lpage/column/200710/wk2007100213171537130.htm

현대사회의 폭력에 대한 철학적 성찰_연구초록


이미지 출처: Photo by Ming Jun T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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