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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Apr 15. 2020

기술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한국의 취준생이 바칼로레아 철학에 답하다 (12)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기술이란 '과학 이론을 실제로 적용해 자연의 사물을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술이 '인간 생활'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꼭 좋은 면만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편리함을 주는 대신 인간 본연의 가치(노동력, 공감능력 등)를 일정 부분 잃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여기선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인식하고 주의해야하는지에 관해 얘기하겠습니다.


그동안 기술은 개발과 개척의 수단으로서 현재 나와있는 기술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수준에서 논의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논의 없이 개발만 한다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에서 '획기적인 기술이 일단 생기면 그 기술을 치료 목적에만 한정하고 업그레이드 용도를 전면 금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즉 일단 기술이 생기면 기술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기술의 발전을 무조건 옹호하기보다 기술의 용도를 어떻게 정의할 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기술이 사람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려고 합니다. <어떻게 인공지능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증진시킬까?> 세션에선 기술이 인간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가령 AI기술은 물품을 사고 파는 과정에 사기의 염려를 줄이고(안심거래 서비스), 자신과 잘 맞는 이상형을 만나고(데이팅 서비스), 범죄위험을 미리 알고 피할 수 있게(안심귀가길 서비스) 해줍니다. 즉 AI기술이 사회적으로 신뢰를 형성하는데 사용되는 것이지요.


기술이 인간관계를 증진한다는 의견에 반대되는 입장을 취한 분이 있습니다. 문화연구자 셰리 터클은 기술이 단순한 도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사회 심리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문자와 이메일을 예시로 들며, 온라인 상의 텍스트 전달방식이 서로의 감정을 축약시키는 것은 물론 대화하는 상대를 처리해야 할 물건으로 여기게 만든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자나 이메일을 받았을 때 반드시 일정 기간 내 답을 해야 한다는 의무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는 직접 만나 대화할 때 느끼지 못한 것들입니다.


셰리 터클은 TED 강연에서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기술문명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SNS를 이용하다보면 수많은 피드들에 둘러쌓여 잠시라도 보지 않으면 뒤쳐질 것 같아 불안해 합니다. 이런 불안감에 시달리다보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상대와 얘기하는 자리에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깊은 관계를 맺을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사람들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일이 줄어들고 그런 생활이 익숙해질수록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외로워집니다. 그래서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코멘트를 남깁니다. 코멘트에 공감을 받으며 잠시동안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셰리 터클은 기술이 사람의 가장 취약한 점 즉 '외로우면서도 친밀함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파고들었기 때문에 사람보다 기술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최근에 소셜로봇, 챗봇 등 기계와 대화하고 친구가 되는 기술이 나오고 있습니다. 셰리 터클의 주장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기술이 인간관계를 더욱 고립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울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인공지능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증진시킬까?> 세션 진행자 Megumi Koyama는 "AI가 전문가들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을 활용하고 일상에 영향을 받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이 관련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너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영향을 받는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기술의 역할을 정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술이 인간의 삶을 결정하기 전에 인간이 기술의 용도를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http://bitly.kr/lJZwsrx2

http://163.180.4.195/biochemistry/?p=3108

https://www.etri.re.kr/webzine/20191213/sub01.html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0030297501

http://www.newsmin.co.kr/news/44161/

http://bitly.kr/I0XBtW2bX

http://bitly.kr/JZ7mauds

http://www.khugnews.co.kr/wp/?p=7549

이미지 출처: Photo by Omar Prestwic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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