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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Apr 22. 2020

과거의 지식을 알아야 할까요?

한국의 취준생이 바칼로레아 철학에 답하다 (13)

취업 준비를 하는데 철학 공부를 한다고 말하면 '철학자가 되실 건가요?'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단기적으로 합격하기 위한 스킬을 배우고, 인적성을 공부하면 좀 더 빨리 취업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합격하기 위한 공부'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인가'로 관심을 돌린 이후 저는 좀 더 근본적인 공부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번 질문은 쉬어가는 느낌으로 답을 하려고 합니다.



철학은 중요합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들은 지식보다 권위에 따라 진실을 판단하게 됩니다. 자신이 판단해서가 아니라 전문가가 하는 말이니까 옳다고 믿고 그것이 틀리진 않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남의 말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다 보면 '나'를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언제 없어질지 몰라 불안해하고 남들이 뭘 하고 있는지 기웃거리며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철학이 있는 사람은 상황이 변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더라도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을 이해하고 어떻게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싶은지가 분명한 사람은 당장에 목표를 이룰 수 없더라도 초조해하지 않습니다. 조금 돌아서 가더라도 언젠가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작정 철학책을 펴서 정독하면 철학이 생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한국의 암기식 교육이 철학을 기피하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은 철학자가 어떤 이론을 주장했고, 각각의 용어는 무슨 뜻인지를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철학은 살아있는 지혜입니다. <왜 비즈니스에 철학이 필요한가> 책에선 지혜란 '지식의 어떤 측면이 진실하고 지속적이며 옳은지를 판단하고, 해당 지식을 (체계화된) 인생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합니다.



철학을 공부하는 방법


철학에 접근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묻고 답하는 것입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왜 이 선택을 선호하는지', 뉴스를 들으면서 친구와 지인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어떤 것을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는지'를 궁금증을 가지고 스스로 답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왜 왜 왜'를 여러 번 답을 하다 보면 막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왜 그런지를 모르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죠. 이때가 철학자를 만날 준비가 된 것입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과거의 사람은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갔는지 살펴보는 것이죠. 우리는 과거의 철학자가 정립한 사상을 통해서 긴 숙고의 시간을 뛰어넘어 단기간에 자신의 철학을 정립할 수 있습니다.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자신의 생각의 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해하고 나면 다시 일상을 관찰했을 때 다르게 보입니다. 평면적으로 원인과 결과만 쓱 보고 지나쳤던 것들이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나는 이러한 철학을 가졌기 때문에 이 사실을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철학이 확고하게 선 사람은 단기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체의 흐름 속에서 현재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앞으로 어떤 파급을 불러올지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을 유연하게 바꿔가며 미래를 향합니다.



마치며


철학은 목표의 한 걸음 나아가려는 취준생에게 필요한 지혜입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어야 앞으로 커리어를 명확하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상황과 연결 지어 저만의 철학을 정립하기 위해 '한국의 취준생이 바칼로레아 철학에 답하다'를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질문 하나하나에 답을 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답을 내리고 나면 생각이 이전보다 견고 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왜 비즈니스에 철학이 필요한가>에는 임마누엘 칸트의 명언이 적혀 있었는데요. 제 카톡 상태 메시지에 적어놓을 정도로 좋아하는 명언입니다. 저는 이 명언을 언급하면서 글을 마치려 합니다.


사페레 아우데(Sapere aude), 감히 알려고 하다





이미지 출처: Photo by Giammarco Boscar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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