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던 순간들
때로 감정은 너무 미세해서
이름 붙일 수조차 없다.
설레는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니고,
막연히 마음이 쿡 하고 아픈 그런 날.
누가 묻는다.
“무슨 일이 있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웃는다.
아무 일도 없지만,
무엇인가 분명히 있다.
그 감정은 설명할 수 없고,
설명하지 않아도 진짜다.
한때는 감정을 말로 다 표현해야
진심이 전달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된다.
말보다 오래 남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감정이라는 걸.
그건 눈빛에 머물고,
침묵 속에 스며들고,
때론 아무 말 없는 존재로 남는다.
지금도 떠오르는 어떤 장면,
그때 느꼈던 온도는
단 하나의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누군가의 곁에 있을 때,
우리는 꼭 말을 해야 할까?
가장 깊은 위로는
종종 말이 아닌,
그저 옆에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
말없이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
질문 없이 옆에 앉아주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서는
설명하지 못한 감정도
잠시 마음을 내려놓는다.
가장 어려운 건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때다.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마음,
그건 때로 내게조차 낯설고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괜찮아. 굳이 알아채지 않아도.”
감정을 꿰뚫는 언어보다
그저 받아들이는 시선이
더 따뜻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살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이 생긴다.
내가 아무 이유 없이 지쳐 있을 때,
괜찮다는 말보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내밀어 주는 사람.
설명하지 않아도,
다 이해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함께 있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서만
감정은 조금씩 말이 된다.
그래서 그 사람은,
나에게 마음의 언어로 기억된다.
결국, 설명하지 못한 모든 감정은
내 안에 조용히 쌓인다.
그건 나를 무겁게 만들기도 하고,
깊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모든 감정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들이 내 안에 있다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말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건 내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