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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hemian Writer Apr 18. 2023

거울에 비친 몰락을 바라보았다.

어떤 메모

문학은 몰락 이후의 첫 번 째 표정이라는 어떤 평론가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전부인 하나를 채우기 위해 그 하나를 제외한 전부를 포기한 것을 몰락이라 지칭했다. 그렇다면 나의 몰락은 언제였나. 시간을 몇 번 거슬러 20대 초반에 이르면 첫 몰락이 등장한다. 몰락 후 나의 첫 표정은 게워낼 것도 없는 속을 전부 다 게워내고 힘겹게 바라본 거울에 있었다.


몰락을 다시금 겪고 싶지 않았다. 상처받은 마음이 내놓은 결론이었다. 사람의 육신 뿐만 아니라 정신 역시 스스로를 지키도록 설계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감정의 진폭을 억지로라도 줄였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내 삶의 전부가 되도록 방관하지 않았다. 그래서 생이 지탱될 수 있다면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아프지 않음을 연모했다. 불행하지 않게만 해달라고 갈구했다. 그러나 나의 소원을 들어줄 수신인은 나의 청을 거듭 반려했다. 몰락과 붕괴가 일어난 곳에 희망이 싹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폐허는 그저 폐허였다. 마음 안 무언가가 무너질 때마다 지리한 보수 공사를 해야 했다.


소중한 무언가와 작별하고, 마치 놀이공원에서 엄마의 손을 놓쳐버린 어린 아이처럼 한참을 서럽게 운 적이 많았다. 잃어버린 무언가를 영영 다시 찾을 수 없다는 절망의 울음이었다. 그건 사랑이기도 혹은 꿈이기도 했다. 나이를 먹어도 포기와 상실에 둔감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공허함은 더 커진다. 스스로만으로도 충분하고 충만한 사람이 되지 못한 것에 짙은 아쉬움이 있다. 언젠가 좌절과 상실 앞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순간이 올까. 내일이 두렵지 않아지는 때가 내게도 있을까. 그 기약 없는 날까지 나는 이렇게 늘 스스로를 책망해야 하는 걸까.


세상은 언제나 어렵겠지만, 유독 그 무게를 감당해내기 벅찬 때가 있다. 요즘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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