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hemian Writer May 01. 2023

옆집남자, '연서'

한없이 소용없어서 너무나 충분했던

결코 당신께 닿지 않을 편지를 한 자 한 자 적다가

이게 다 무슨 소용인지를 따져 묻습니다.

소용없음에 한참을 천착했던 우리의 시간을 기억하다가,

여태 체념하지 못했음에 한참을 자책하다가,

아무래도 그것까지는 힘들 것 같다고 애써 변명합니다.

어쩌면 그날 당신도 스스로 어떤 변명을 했겠지라며 무례하게 짐작하다가,

그 순간에 마음이 아프진 않았을런지 괜히 나도 아파 다시 속절없이 무너지다가,

이젠 나이에 맞게 어른스러워야 한다며 작별의 인사를 한 번 더 건네려다가,

참 여전히 주책맞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헛웃음을 짓다가,

이 모든 미련스러움을 황급히 숨기다가,

어느새 조금은 붉어진 눈빛으로 생각합니다.


아프지 말아요, 당신.

이젠 많이 웃으며 살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로코베리, '너에게 난 무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