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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sonata Jul 20. 2022

랄라

주민등록증 

2022년 7월 20일 수요일


한국에서 여름학기를 수강하고 있는 랄라로부터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었다는 사진과 문자가 왔다. 배꽃처럼 화사한 웃음을 띤 우리 아가의 얼굴 밑에 서울특별시 송파구청장의 날인이 있다. 스톰과 나는 축하 인사를 전했고, 랄라는 "I LOVE KOREA"라고 답했다. 

 

미국에 유학을 왔을 당시, 나는 꿈에도 이렇게 오래 머물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심지어 외국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대학원을 가고 심리치료사가 되어있는 자신의 모습은 밑그림에도 없었다. 하지만 스톰을 만나 결혼 한 이후부터 펼쳐진 나의 인생은 새로운 도전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어느 것 하나 무의미한 것은 없었고, 크고 작은 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수행이고 인생수업이었다.


올 가을이면 스무 살을 맞이하는 랄라도 앞으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혼돈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때로는 후회와 좌절을 맛보기도 하고, 때로는 성취와 보람으로 정신이 고양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눈부신 젊음 또한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언젠가 알아차릴 것이다. 나는 우리 랄라가 보내준 주민등록증 사진을 몇 번이나 다시 꺼내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역시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경험은 한 생명을 잉태하고, 낳고, 기르고, 온전히 사랑한 일이다.




2004년 9월 14일


우리 랄라가 이제 제법 말을 하기 시작했다. 힘쓰고 노는 것이 랄라의 전공인 반면 말은 좀 느리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유난히 봉긋 솟은 입술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려 하는 랄라를 보면 너무 귀엽다.


랄라의 단어장 (현재 22개월)


엄마, 아빠, 나비, 나무, 돌, 꽃, 공, 밥, 빵, 딸기, 수박, 주스, 물, 네, 의자, 머리, 코, 발, 배, 책, 따지 따지, 이, 차, 칙칙폭폭, 붕붕, 모자, 비행기, 넨네, 뿡, 똥, 쉬, 물, 꼬꼬, 꽥꽥, 어흥, 야옹, 멍멍, 슈슈, 바나나, 까까, 다했다, 다 왔다, 맘마, 개미, 눈, 비, 다람쥐, 앗떠(뜨거워), 찍찍, 짹짹, 컵, 찐득찐득, 삔, 안가 (안경), 콩, 이모, 오빠, 짠, 우유, 똑똑, 있다, 없다, 까꿍


Mommy, Daddy, Papa, Mama, Baby, Please, Thank You, Gummy, Sun, Moon, Fish, Car, Star, Night Night, Shoes, Juice, Head, Toe, Nose, Wee Wee, Vroom Vroom, Go Go, Yes, No, Monkey, Meow, Bow Bow, Moo, Turtle, Sit, Stop, Tango, Swing, Chair, Barney, Blue, Magenta, Banana, That's it, More, Ball, Boo Boo, Bear, Apple, Bubble, Truck, Jump, Bye Bye, Dora, Boobah, Totoro, Cup, Spoon, Key, This, Down, No Way, Acorn, Toot Toot, Uh Oh, Knock Knock, Good, Come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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