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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며

日日是好日

by Rainsonata

2005년 1월 5일


추억이라는 것은 누구와 함께 나눌 수 있을 때 그 깊이가 더 무르익는 듯하다. 이번에 우리 가족이 떠났던 여행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은 아늑한 여행이었다. 새로운 사람과 사귀고 처음 접하는 정취에 호기심이 발동되는 생기발랄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익숙한 이들과 낯익은 분위기에서 편안히 쉴 수 있는 잔잔한 휴식을 안겨준 여행이었다.

그렇게 재 충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신년을 맞이했다. 스톰과 함께 대청소를 하면서 집안 구석구석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며,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이기적인 습관도 그렇게 쉽게 털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제는 거창한 신년 계획을 세우지 않는 대신, 작지만 내 인생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부분을 하나씩 메모하는 걸로 계획을 대신한다. 써놓은 메모를 다시 한번 읽어보니 그 속에 엄마로서 아내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일상생활의 단순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모여 참다운 인생을 만들어간다'는 말처럼 나의 일상의 작은 단면들이 조각조각 어우러져 따스하고 아름다운 내 인생의 모자이크를 완성시킨다고 생각하니, 지금 건강한 몸과 맑은 정신으로 이렇게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질 뿐이다.

불과 열흘 전에 일어난 동남아의 지진해일로 약 16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그중의 대다수는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던 아이들이라고 한다. 생존자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생활의 터전을 잃은 허망함에 슬픔을 뛰어넘어 아예 절망의 늪에 빠져 있는 듯하다. 올 한 해는 "내 것/네 것" 편 가르기의 삶이 아닌 "우리"라는 한 울타리에 더 많은 사람을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너그러운 우리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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