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insonata May 29. 2022

아침햇살

2006년 1월 8일


살다 보면 가슴속까지 각인되어 잊히지 않는 풍경, 만남, 냄새, 말, 음악, 맛, 눈빛, 촉감, 분위기 등이 있다. 가장 근래에 경험한 것들 중에 아직도 내 가슴에 머물고 있는 몇 장면을 일기에 적어두고자 한다.  


하나는 랄라가 작년 가을 어느 날, 해 저무는 창밖을 보다가 차분한 표정으로 "아빠 엄마, 밤이 와요!" 하며 말하던 순간, 셋이서 조용히 바라본 노을과 어둠 사이의 오묘한 하늘빛이다. 또 하나는 이번 겨울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인 퀘벡에 도착하던 날 저녁의 하늘이다. 마치 산토리니의 바다색과도 같이 청아한 푸른빛을 발하던 그 신비롭던 하늘빛과, 희고 흰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퀘벡의 거리를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하늘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그냥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정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느껴진 그런 순간이었다.


새해를 맞이하며 가슴에 스며든 또 하나의 풍경은 지난해 가을 우리 침실 창문을 통해 활짝 내리비추던 따스한 아침햇살이다. 나는 포근한 이불로 온 몸을 감싸고 따뜻한 침대에 누워 있었고, 조금은 나른한 기분으로 나뭇잎 사이사이로 반짝반짝 빛나던 아침햇살을 한참 동안 감상하였더랬다. 어떤 경험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너무 신비로워서 마치 아득한 꿈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날 이불속에서 바라보았던 가을의 아침햇살은 소꿉친구 같은 편안함을 선물해주었다.


2006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아침햇살을 떠올리게 된 이유는 뭘까? 매일매일 어김없이 찾아오는 하루의 일상이 차곡차곡 모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 그날의 아침 햇살로부터의 속삭임이 이제야 들리는 듯하다. '먼 곳의 보물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이미 곁에 있는 보물의 가치를 깨닫고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렴.' 오늘도 아침햇살은 마음의 눈으로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숨겨진 보물들이 내 주위에 가득하다는 것을 알려주듯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마주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