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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sonata May 31. 2022

몬살아

육아일기

2006년 1월 13일


랄라를 키우면서 웃기도 많이 웃었지만 말 안 듣고 힘들 때, 그리고 도저히 내 체력으로는 아이를 감당할 수 없을 때에는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다. 어떤 날은 방문을 잠그고 베개에 헤딩을 하거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꽥꽥 소리를 질러본 적도 있었다. 심지어 어느 한계점에 이르러서는 먹지도 못하는 술에 도전해 본다고 스톰한테 랄라를 맡기고 아이스와인 반 병을 혼자 마시고 완전히 뻗은 날도 있었다. 그때의 참혹함이란 오로지 스톰만이 알리라.


엄마가 된 나는 참으로 간사하고 욕심 많은 변덕쟁이임에 분명하다. 랄라가 태어났을 때는 항상 아이를 안아줘야 하고 (나에게는 너무나 무겁기만 했던 우리 랄라) 한밤중에 일어나 모유를 먹여야 하는 일상이 너무 힘겨웠다. 그래서 제발 랄라가 혼자 앉아서 놀아줄 만큼만 자라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그날을 학수고대했다. 그리고 드디어 랄라가 혼자 앉아서 놀기 시작하자, 어느새 나의 마음은 아장아장 걷는 랄라와 함께 산책을 가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 그런데 막상 랄라가 쑥쑥 자라서 혼자서 걷고 맘껏 뛰어놀 수 있게 되니 장난기도 그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리고 이제 와서 뜬금없이 갓난아기 시절의 새근새근 잠자던 랄라의 옛 모습을 그리워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런 변덕쟁이 엄마의 민낯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다시 엄마 역할의 원점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배우다 보니 랄라는 다른 또래 아이들에 비해 언어 구사가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그래서 스톰과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언젠가 랄라가 말을 잘하게 될 날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랄라의 말문이 터졌고, 매일매일 넘쳐흐르는 말의 범람은 계속되고 있다. 아침부터 잠자기 전까지 말이 그치지 않는 랄라는 산타 할아버지도 피피를 하느냐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서, 때로는 엄마 아빠를 훈계할 정도로 말솜씨가 늘었다. 얼마 전에는 랄라가 말을 안 듣기에 눈을 부릅뜨고 꾸짖었더니, 넉살 좋게도 나를 보며 하는 말이 "엄마, 예쁜 눈 하세요~"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 "랄라야~ 엄마가 정말 몬살아!" 였는데, 그 말을 바로 이어받아 "엄마, 랄라도 정말 몬살아!" 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도를 닦는 것과 같다는 어느 지인의 말씀처럼, 나도 참고, 인내하고, 또 참고 인내하며 고운 말을 쓰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면서, 새로운 각오와 예쁜 마음으로 다가오는 주말을 기다려본다. 랄라야, 우리 행복하게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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