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日日是好日

by Rainsonata

2007년 5월 29일


봄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난 약 한 달 동안 무척 앓았다. 감기로 이렇게까지 긴 시간 고생해 본적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오뉴월 감기는 멍멍이도 안 걸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몇 해전 토론토에서 첫겨울을 맞아 혹독한 추위로 일주일이 멀다가 하고 감기로 고생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장시간 감기 하나로 아파보기는 처음이다. 그래도 봄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아파서 학업에는 크게 지장이 없었기에 감사한다.


감기를 앓는 동안 집안에서 또는 병원을 오가면서 나는 기다림에 대해 생각해 보고는 했다. 아픔이 낫기를 기다리기. 스톰의 퇴근을 기다리기. 랄라를 기다리기. 잠이 오기를 기다리기. 기침이 멈추길 기다리기. 의사 선생님께서 진료실로 들어오시길 기다리기. 약이 조제되길 기다리기. 목의 통증이 가라앉길 기다리기. 그렇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그동안 소홀했던 한국 책을 제법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기도 했다.


지난 주말 모처럼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끼리 산과 들과 바다로 피크닉도 가고 바비큐도 즐겼다. 무엇보다 랄라와 함께 오랫동안 놀아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요즘 우리 세 식구는 저녁시간이면 훌라후프 경연대회를 하며 놀고 있다. 랄라의 실력도 매일매일 늘고 있고, 스톰이 왕년에 화려했던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며 우리 앞에서 엉덩이를 현란하게 휘둘르는 통에 배꼽이 빠져라 웃기도 한다.


역시 가족 모두 건강한 것만큼 큰 행복은 없는 듯싶다.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멋쩍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일상으로의 복귀를 신고하지 않으면 왠지 또 다른 기다림의 연속이 될 듯싶어 용기 내어 흔적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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