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日日是好日

by Rainsonata

2007년 6월 5일


오늘 아침 집에서 나올 때, 스톰과 나는 랄라를 등원시킨 후에 커피 한잔을 하며 여유로운 하루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랄라를 유아원에 데려다주고 나서 우리 둘은 티격태격하게 되었고, 나는 화가 나서 커피타임은 접고 최대한 빨리 스톰을 회사 앞에 내려 주고 바로 서점으로 향했다.


아빠는 마음 언짢은 일이 있더라도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은 기분 좋게 보내줘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평소에는 부탁 말씀을 자주 안 하시는 아빠지만, 나의 결혼과 함께 "출근길 마음이 가벼워야 그날 하루가 밝게 열린다"는 주장을 한결같이 하게 되셨다. 그러나 덕이 덜 쌓인 아빠 딸은 오늘 아침 스톰을 찬바람 쌩쌩 모드로 회사에 보내고 말았다. 백날 좋은 글을 읽고 귀한 말씀을 들어도 일상생활에서 실천을 못하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서점에서 남은 숙제를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내 마음만큼이나 거실이며 식탁 주위가 어질러져 있었다. 아침에 세 명 모두 서둘러 나가느냐 집을 치우지 못해서 집이 엉망인 것이다. 그렇게 무질서 앞에 선 순간 가슴이 콱! 막혀오는 게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하는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왔다.


점심시간에 맞춰 스톰을 데리러 회사로 갔더니, 저 멀리 스톰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차 뒤에서 살금살금 걸어오는 모습이 백미러에 슬쩍 비쳤다 사라지곤 했다. 그런 스톰이 한편으로는 재미있으면서도 좀 안쓰러웠다. 자기 속도 탔을 텐데 큰 마음으로 아침의 일은 덮고, 다시 웃음으로 나를 반기는 스톰. 그에게는 나에게 부족한 '성숙함'과 '너그러움'이라는 귀중한 보석이 숨겨져 있다.


운전석에 오른 스톰이 오전 내내 있었던 미팅에 관한 이야기와 부조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오늘은 기분도 꿀꿀하니 점심은 짜장면이 먹고 싶다며 차를 돌렸다. 작은 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있으려니 실없는 웃음이 세어 나왔다. 내가 먼저 이렇게 다시 만난 소감이 어떠냐고 물으니, 스톰 왈 "난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그대가 있는 곳이 제일 편하고, 제일 안심이 돼. 아까 차에 앉아있는 그대를 보니까 마음이 갑자기 편안해지면서 긴장이 풀리는 거야. 오늘 오전 미팅 중에 생긴 이야기도 빨리 해줘야지 싶고." "그것 봐. 내가 오빠의 오아시스지?"


그렇게 오전의 말다툼은 해피앤딩으로 끝났건만, 왜 유난히 오늘은 짜장면을 먹고 있는 스톰 모습이 안쓰럽던지 모르겠다. 물론 나쁜 남자도 많다지만, 적어도 내 앞에 앉아있는 내 남자는 좋은 남자다. 그래서 더욱 애처롭다. 가장이라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매 순간마다 한눈팔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스톰. 그가 기분을 풀기 위해 먹고 싶다는 음식이 짜장면이어서 더 슬픈 오늘.


요즘 우리 사회는 슈퍼맨을 원한다. 너무도 당연하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그들의 아주 작은 부족함마저 철저히 비판하고 매섭게 몰아붙인다. 세상의 잣대와 중압감 만으로도 숨이 찬 스톰을 내가 곁에서 이해하고 감싸 안아 주지는 못할망정, 아침부터 목소리를 높여 다툰 건 옳지 못한 처신이었다. 그것도 출근길에 말이다. 조용히 마음속으로 아빠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신 한번 나의 부족함을 뉘우쳤다.


스톰과 나는 동지다. 우리 사이에는 이성적 사랑을 뛰어넘은 유대감이 있고, 정열을 뛰어넘은 편안함이 있다.

그리고 함께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가 있다. 가끔은 남자도 울고 싶을 때가 있다는 노래 가사처럼, 때로는 나도 그의 큰 가슴이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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