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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日日是好日

by Rainsonata

2009년 2월 3일


숨 가쁘게 작년 가을과 겨울을 보내왔던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했고, 나는 휴식을 얻었다. 약 한 달간의 학업과 인턴쉽으로부터의 방학은 집에서는 살림을 클리닉에서는 상담을 그리고 학교에서는 학생의 명찰을 바꿔 달아야 했던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었다.


집을 떠나 잠시 여행을 떠났고,

멀리서 친구가 나를 찾아와 주었고,

내가 아끼는 동생네 모녀들과 슬럼버 파티를 했고,

쌓아놨던 다양한 책들과 만남을 가질 수 있었고,

할머니와 전화로 이야기를 맘껏 나눌 수 있었고,

랄라가 좋아하는 High School Musical의 모든 사운드트랙을 수십 번 들었다.

영화를 보고, 박물관도 가고, 쇼핑도 하고,

새로운 곳을 혼자 운전해 찾아가 보기도 하고,

오랜만에 주방에서 요리다운 요리도 해보고,

공부 때문이 아니라 즐거운 수다로 자정을 넘기기도 하고,

친구의 피앙세를 만나 그들의 앞날을 축복해 주고,

선물을 주고받는 기쁨도 느끼고,

랄라와 편지로 소통하는 행복한 경험을 하고,

귀여운 풍선아트를 보며 놀라워하고,

무엇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생각하기"를 하면서 지낼 수 있었다.


이제 친구도 한국으로 돌아갔고,

대학원 세미나 수업도 시작했고,

나의 인턴쉽도 랄라의 학교도

스톰의 일도 다시 시작했다.


인생은 늘 그러하듯이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


3월 중순으로 다가온 졸업논문 제출과 4월 초에 있을 졸업시험 때문에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기분이다. 당연히 나는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고, 결과는 지금부터 초조해하지 않아도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작년 9월 아직 병마와 싸우던 몸으로 Therapy 실습을 시작했을 때, 나는 내담자들의 치유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과연 남을 치유할 수 있는 깜냥은 되는 건지, 아니 솔직히 말하면 치유라는 것 자체는 정말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고민했었다.


나는 요즘 상담치료의 도움으로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다양한 내담자의 삶을 매일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들이 나와 눈을 맞추고 미소를 띠고 나의 안부를 묻고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서히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고, 인생의 의미와 도덕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부족함마저도 기꺼이 감싸 안을 때 느꼈던 내적 충만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난 더 이상 뒷걸음질 치거나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분명한 소명을 가지고 Therapy에 전념할 것이다.

하루하루가 또 다른 희망의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더 많은 내담자와 만날 것이다. 신영복 교수님의 말씀처럼 인생은 더불어 숲처럼 함께 돌보고 지켜주면서 살아갈 때 그 기쁨과 아름다움이 깊어진다. 심리치료사가 아닌 엄마로서의 바람이 있다면, 나의 사랑하는 랄라가 이웃과 함께하는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건강히 성장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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