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웰빙: 참살이

日日是好日

by Rainsonata

2008년 5월 28일


혀가 꼬이는 발음이 어렵고, 길고도 긴 약학 용어를 외우느냐 머리에 쥐가 나도, 요즘 배우는 Clinical Psychopharmacology 덕분에 우리 집은 웰빙라이프 모드로 급속히 전환 중에 있다. 교수님이 발산하는 카리스마와 논리적이고 정열적인 강의가 나의 마지막 수강과목을 더욱 뜻깊게 해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신체적 웰빙과 정신적 웰빙을 하나로 바라보는 교수님의 철학도 나와 잘 맞을 뿐만 아니라, Whole Foods와 Complementary & Alternative Therapies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켜주는 계기를 마련해주셨기에 Dr. Testa 에게는 감사의 마음이 가득하다.


일단 이 수업을 들으면서 일부만 구입하던 유기농 음식들의 폭을 최대한 늘려 대부분의 식자재를 유기농으로 대체하고 있다. 또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패턴을 실천하게 되면서 이전의 올빼미형 인간에서 꼬꼬닭 인간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다. 가장 단순하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결코 쉽지 않은 올바른 호흡법을 습득하려 노력 중이고,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시간을 지키기 위해 스톰과 내가 앞장서고 있다. 무엇보다도 나의 새로운 기쁨은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의 건강상태를 메모해 두었다가 교수님께 구체적인 질문을 하기도 하고, 스스로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음식이나 영양소를 찾아 떠나는 학습의 여행이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잘 먹고 잘 살려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더욱 흥미롭고 머릿속에 쏙쏙 잘 들어오는 듯싶다. 그렇게 한 명 두 명의 건강을 마음속으로 챙기고 노트 한편에 메모를 하면서, 나는 다시금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되새김질하곤 한다. 아직은 그들의 웰빙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음에 감사한다. 내가 변하고, 스톰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우리 랄라도 훌륭한 웰빙 어린이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에 계신 할머니와 부모님께서도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신 듯하고, 주위 친구들도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받아들여주고 있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우리의 일상에 하나씩 반영되면서부터, 스톰과 나는 서점을 자주 찾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서로 맡은 분야에 대한 자료를 모으느냐 나름 진지하다. 스톰의 관심거리는 텃밭 가꾸기고, 나는 허브와 화초에 대한 공부를 한다. 아직은 모든 것이 새롭고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뜨거운 열정과 푸르른 꿈이 있다. 지금부터 이렇게 하나씩 준비해 나가다 보면, 어느 날 우리 텃밭에서 재배한 야채를 가족과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기쁨을 만끽하게 되리라. 정원에서 재배한 허브로 차를 만들고, potpourri를 만들고, 화사한 꽃다발을 만들어, 내가 아끼는 이들에게 선물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내 마음은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