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

日日是好日

by Rainsonata

2009년 8월 26일


어제저녁 랄라 학교에서 Curriculum Night 모임이 있었다. 개학한 지 어언 3주에 접어선 지금. 아마도 9월이 시작되기 전에 학부형들에게 각 학급의 규칙과 시간표, 과제물, 주의사항들을 알려주고, 혹시 질문이 있으면 편안하게 담임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배려해서 마련한 자리인 듯싶었다.


랄라의 2학년 담임선생님은 Mrs. Williams라는 교직생활 20년의 배테랑 선생님이시다. 푸근한 엄마 같은 첫인상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분의 재치와 유모, 그리고 총기 있는 눈빛과 환한 미소가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어젯밤 선생님께서 해주신 소중한 말씀들 중에 가장 내 맘에 와닿은 것 몇 가지를 적어볼까 한다.


"아이들에게 완벽을 추구하라고 숙제를 내어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저도 자식을 키워봐서 알지만 우리 모두 유난히 힘든 날이 있죠. 그건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정말 일이 안 풀리는 날, 아이가 숙제로 괴로워하는 날, 그런 날은 아이를 다그쳐서 울면서 숙제를 마무리하게 하기보다는, 그냥 그날 하루는 과제물을 한 편에 접어 놓고, 아이에게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주시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주세요. 완벽히 숙제를 마치는 것보다, 좋은 저녁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낸 뒤, 아이가 다음날 아침 밝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해 줄 수 있는 준비를 해주는 것, 저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유익하게 배우고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저는 이미 저희 반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학급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가족끼리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존중해 줘야 하며, 우리가 생활하는 교실도 모두 함께 깨끗하게 치우고 정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 교실에서 저는 여러분들과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의 작은 예의범절이나 습관들까지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동안 랄라의 자리에 앉아 이 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랄라를 상상해 본다. 랄라의 깔끔하게 정돈된 책상 내부. 반듯하게 놓인 공책들과 필통. 랄라의 정갈함이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공처럼 통통 튀어 오르는 랄라에게 이렇게 정리를 잘하는 좋은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마 우리 가족을 포함한 몇 사람들밖에 모를 것이다.


잠시 짬을 내어, 랄라의 필통을 열고 내일 등교를 하면 꺼내보게 될 랄라를 떠올리며 흐뭇한 마음으로 쪽지편지를 쓰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내 옆 자리로 오셔서 너무 이쁜 말씀을 해주시는 게 아닌가.


"랄라가 전학을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적응하고 있어요. 랄라의 놀라운 사교성과 붙임성으로 이미 반 친구들은 물론이고, 다른 반 아이들과도 친구가 되어 즐겁게 생활하고 있어요. 랄라를 보면 물방울 같아요. 랄라의 밝고 적극적인 성격이 저는 참 맘에 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랄라는 이뻐할 수밖에 없는, 보고 있으면 절로 호감이 가는 그런 아이예요. 참. 그리고 어머님께서 매일 보내주시는 도시락 편지 랄라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그렇게 좋아서 읽고 있는 랄라를 보는 저에게도 어머님의 편지는 큰 즐거움을 줍니다."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들을 때는 그냥 감사하다는 말씀만 드리고 별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는데,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뉘엿뉘엿 해 가 저무는 길을 달려 활짝 열린 창문으로 휘감아 치는 바람과 함께 'Desperado'를 듣는데, 순간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랄라가 건강하고 밝고 착하게 자라준 것도, 지금까지 늘 좋은 선생님들 밑에서 교육받을 수 있었던 것도, 또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돌아갈 우리 집이 있다는 것. 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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