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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Mother's Day!

日日是好日

by Rainsonata

2012년 5월 12일


아침에 랄라의 장난감 트럼펫 소리로 눈을 뜬 오늘. 잠꾸러기 엄마를 위한 랄라의 센스만점 모닝콜. 아직 잠에 취한 상태에서 랄라에게 가려고 방문을 열자마자, 체리핑크 색종이가 꽃잎처럼 뿌려져 있었다. 종이꽃길을 따라가니 망토를 둘러놓은 빨간 회전의자 위에 예쁜 곰인형이 놓여있었다. 곰인형 손에 돌돌 말려 있는 족자가 들려있는 걸 발견하고 조심히 펴보니 아래와 같이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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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my's Schedule


1. Breakfast Outside

2. Spa

3. Running Man

4. Royal Drawing (Every 4 Hours)

5. Royal Tea Party

6. Swift Walk Through Flooring Hall

7. Buddy Play Time

8. Royal Bed Time


You have now entered the World of Mother's Day.

There will be many surprises on the way.

Good Luck!


Love,


The two kids of Pink & Red


P.S. You may see us or ma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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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어서 키득키득 읽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랄라와 벨라가 불쑥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다. 둘이 장난감 병정처럼 춤을 추면서 하는 인사말이,


"Tweedalee Daa, Tweedalee Bum!

We are your servants for the day, Happy Mother's Day!"


그렇게 시작한 하루.


밖에는 비가 내리고, 창문으로 후드득후드득 흩어지며 떨어지는 빗물을 바라보니 오늘은 정말 나를 위한 하루라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랄라가 준비한 족자를 읽어보니 올해 Mother's Day 테마는 엄마를 우아한 여왕처럼 모시겠다는 취지가 있는 것 같아, 아직 선물 받은 뒤 한 번도 입지 않고 있던 드레스를 입고, 예쁘게 꽃단장을 마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분명 랄라는 어젯밤 늦게까지 고민하다가 스케줄을 잡은 듯싶다. 오늘 아침까지 이렇게 비가 내리리라고는 생각 못한 랄라는 원래 계획대로 정원에서의 아침식사는 할 수가 없게 되었으니, 이곳으로 장소를 옮기게 되었다며 갑자기 차고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짜잔~~!


그곳에는 랄라의 핑크색 간이용 접이식 테이블이 얌전히 놓여있었다. 그리고 엉덩이가 차갑지 않도록 방석 대신 버블랩을 오려서 바닥 위에 깔아놓은 랄라의 아이디어가 어찌나 이쁘고 사랑스럽던지. 아침 메뉴는 랄라가 엄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깍두기 물 비빔밥과 요구르트 그리고 석류/라임주스 한 잔. 나에게는 최고의 밥상. 나의 소중한 보물 랄라가 손수 차려준 아침상을 빗소리와 함께 우리 집 차고에서 받게 되리라고는 그 누가 생각했을까. 랄라의 정성과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가 기특하고 고마운 아침이었다.


랄라는 엄마 선물로 심리학 전문도서 한 권을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다며 자랑스럽게 앞에 내놓았다. 랄라가 열 권도 넘게 훑어본 후, 가장 엄마가 좋아할 것 같은 걸로 골랐다면서 나를 보고 활짝 웃어 보였다. 색종이로 한 땀 한 땀 정성을 기울여 접은 해바라기, 튤립, 장미꽃과 감사의 마음이 가득 담긴 카드를 읽는데 눈물이 났다. 임신부터 10년 동안 랄라와 함께한 시간이 스치듯 지나가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의 영원한 똥강아지, 둘도 없는 내 새끼. 랄라야 정말 고맙구나. 매년 엄마에게 감동의 Mother's Day를 맞게 해 줘서 고마워. 엄마는 랄라로 인해 엄마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갖게 되었고,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수 있게 되었어. 그러다 보니 엄마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고,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사랑이 솟아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지.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단다.


아가야. 너를 가슴 깊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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