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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할머니

追慕

by Rainsonata

그리운 할머니,


이제 내일모레면 할머니 2주기를 맞이하게 돼요. 저에게는 너무도 아픈 나날들이었지만, 시간은 흐르는 물처럼 멈추는 법이 없더라고요. 요즘 들어서는 그동안 울고, 그리워하고, 고통스러워하며 보내온 애도의 시간이 제 마음 안에서 한 줄기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태어남과 죽음에 대한 생각,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진지하게 묻고 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할머니께서 남겨 주신 선물이에요.


이틀 전, 깊은 산사에 머물고 계신 스님을 만나 뵙고 왔어요. 착한 정배가 긴 시간 운전해서 저를 실어다 주었죠. 죄송하게도 무려 30분이나 늦게 도착해서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지만, 스님께서는 너그럽고 평온한 모습으로 저희를 반겨주셨어요. 나뭇결이 예쁜 다실에 올라 활짝 펼쳐진 산들과 포근한 하늘을 보니 할머니께서 함께 하시지 못함이 너무도 안타까웠어요. 그러나 스님을 통해 마음을 챙기는 과정을 세세히 전해 들으면서 서서히 할머니의 맑은 영혼이 저와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욱 좋았어요. 할머니 사진도 스님께 보여드렸는데, 고우실 뿐만 아니라 이지적이고 세련된 할머니의 품격이 느껴진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우리 할머니는 학 같은 분이셨다고. 할머니의 꼿꼿함, 할머니의 지혜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저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너무도 잘 알고 있어요.


스님께서도 어릴 적 할머니와 애틋한 정을 나누신 추억이 있으셔서, 저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 주셨어요. 당신의 학창 시절 이야기도 해주시고, 스님 할머니께서 임종하시던 날 이야기도 해주셨지요. 그리고 저는 또 울었어요. 누군가에게 할머니와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 저는 감정이 더욱 복받치는지 자주 울게 돼요. 이런 제 모습을 보시면 할머니 마음이 편치 않으실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눈물이 흐르네요. 언젠가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눈물을 앞세우는 대신 마음의 고요함이 자리 잡게 되는 날도 오겠지요.


할머니, 잘 계시죠? 엄마도 오늘 할머니 생각에 눈물을 보이셨어요. 할머니, 육신의 고통은 모두 떨쳐 버리셨나요? 맑은 영혼으로 할머니께서 저희 곁에 머물고 계신다고 느끼는 순간이 가끔 있어요. 할머니는 바람이 되기도 하고, 청아한 풍경소리가 되기도 하고, 구름이 되기도 하고, 고운 별이 되기도 하죠.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 내일 랄라 데리고 아빠랑 할머니 뵈러 산소에 가요. 스님께서 나눠주신 시루떡도 가지고 갈 거예요. 할머니 맛보시라고요. 그리고 할머니께서 평소 피우시던 향이 몇 상자 남아있어서 스님께 드리고 왔어요. 고요한 산속의 도량에서 할머니의 향이 피워질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할머니, 저는 할머니께서 주신 크나큰 사랑에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스님의 말씀처럼 한 사람의 인생에 무조건적인 사랑과 절대적 신뢰를 주는 누군가가 있고 없음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나이를 먹을수록 할머니의 사랑과 인내에 더욱 깊이 고개가 숙여져요. 할머니, 우리 영원히 사랑하고 서로 아껴주면서 살아가요. 할머니는 항시 저와 함께 계세요. 저의 마음이 늘 할머니 품 안에서 숨 쉬고 있으니까요.


할머니 사랑해요.


2012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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