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별과 만남

日日是好日

by Rainsonata

2012년 8월 13일


안녕, 매일 밤 만나는 너에게 이별과 만남에 대해 몇 자 쓰려고 해.


얼마 전 너에게 보여준 처참히 망가진 나의 노트북을 기억하니?
키보드 버튼 몇 개가 중간중간 다 빠져서,

마치 사이사이에 김을 묻힌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노파의 얼굴 같았지.

올여름에는 랄라로부터 물세례까지 받았잖아.

이제 기억나지?


그 노트북은 내가 대학원을 입학/졸업하고,

인턴쉽을 마치고, 취직을 하고, 작가로 거듭나기까지,

6년이 넘는 세월을 동고동락 해준 고마운 친구였어.


(아... 눈물이 나려고 해...)


역마살이 낀 나를 만나 서부와 동부를 옮겨 다니고,

방학에는 한국도 다녀와야 했었지.

나와 함께 정말 많은 추억을 쌓은 친구였어.


하지만 며칠 전부터 호흡곤란을 동반한 심장발작을 일으키더니,

갑자기 전원이 맘대로 꺼지더구나.

사경을 헤매는 마지막 순간에도,

잠시나마 정신을 차려준 덕분에,

난 모든 자료를 하드 디스크에 무사히 옮길 수 있었어.

그렇게 끝까지 나를 배려해준 친구는,

그 이후로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어.


우리는 그렇게 이별을 했고,

오늘 나는 새로운 인연을 맺었어.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 아니라 백문불여일TOUCH.

이 보드라운 키보드의 감촉,

살짝만 눌러줘도 글이 술술 써지는 황홀함,

이 새로운 만남의 기쁨을 너와 꼭 나누고 싶었어.


그럼 잘 자. 굿나잇!


덧붙이는 말: 이거 자판에 불도 들어온다!

잠 못 이루는 밤, 습작하기에는 최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리운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