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스톰에게,
해피 아빠의 날! 오늘 아침에 갑자기 오빠가 랄라 태어나기 전에 썼던 첫 편지가 생각났어. 오빠는 이 편지에 더 보태고 뺄 것도 없이 아이와의 첫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했어. 그리고 스스로 다짐한 아빠의 역할을 16년 동안 충실히 이행하며 살아왔기에 진심으로 힘찬 박수와 경의를 표하고 싶어.
어제 뉘엿뉘엿 해가 저무는 호숫가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오빠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참 편안하고 좋더라. 세월이 흐르는 것이 허망하다는 분들도 많지만, 난 오히려 나이를 먹어가고 추억이 쌓이고, 또 우리가 맡았던 부모 역할로부터 서서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이 과정이 감사하고 행복해. 오빠가 요즘 "One more year!"를 계속 외치는 걸 보면, 여러모로 많이 지친 것도 같지만, 한편으로는 랄라가 떠난 뒤에 나와 단 둘이서 맞이할 홀가분한 삶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있는 것 같아.
지난 16년 동안 우리는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한 생명을 지키고 보살피며 사랑을 배웠고, 그 존재의 소중함으로 인해 어른이 되어가는 연습을 해왔던 것 같아. 오빠가 꼬물꼬물 했던 랄라와 함께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많이 행복했고 자랑스러웠고 아픔이 치유되었어. 이제는 랄라가 커서 이전처럼 아빠! 아빠! 찾으면서 오빠 꽁무니를 따라다니거나, 오빠가 퇴근할 때 현관문 앞에서 기린 목을 하고 기다리는 일은 없어졌지만, 그런 따스한 순간들이 우리에게도 있었음을 앞으로도 잊지 말고 기억해 줬으면 해.
내가 랄라를 햇살처럼 사랑한다면, 오빠는 랄라를 달빛처럼 사랑하는 거 같아.
엄마 아빠로 살아오면서 깨달은 건, 랄라가 있었기에 우리가 더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야. 그동안 힘겨운 세파와 부딪치며 삶의 최전선에서, 나와 랄라의 안전과 편안함을 늘 우선순위에 놓아둔 오빠의 배려와 사랑에 감사해. 이제 정말 1년 남았어. 랄라가 우리 품을 떠나 대학에 진학하는 내년이 오면 맘껏 자연을 누비며 심호흡도 즐기고, 바닷가에서의 모닝커피도 즐기고, 웅장한 산맥의 경치를 바라보며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축하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거야.
어제 호숫가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오빠는 말했지. 앞으로도 랄라에게는 재미있는 아빠, 그리고 훗날 웃음을 선물하는 개구쟁이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나는 오빠의 소망이 이루어지리라 믿어. 우리 집 늦잠꾸러기 랄라가 일어나면 다 같이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짜장면 맛있게 먹으러 가자! '아빠의 날' 진심으로 축하해!
2019. 6. 16
레인소나타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첫 편지>
이제 우리 랄라가 며칠 밤만 자면 이 세상에 나오겠구나. 아마 오늘 밤에 랄라가 아빠와 만날 수 도 있고...
오늘은 엄마 생일이기도 하고, 자욱한 안개가 온산을 뒤덮은 아주 아름다운 아침이구나. 랄라가 태어나면 우리 함께 엄마의 생일을 축하해 주자. 아빠는 지금 따뜻한 차 한잔을 곁에 두고 이제 곧 태어날 우리 랄라에게 첫 편지를 쓰고 있어.
요즘 엄마와 아빠는 랄라를 맞을 많은 준비를 했단다. 랄라가 입을 예쁜 옷도 준비했고, 랄라가 가지고 놀 장난감 친구들도 이제 랄라를 기다리고 있고, 랄라가 곤히 잘 예쁜 잠자리도 왕할머니께서 준비하셨고, 우리들이 함께할 보금자리도 깨끗하게 정리되었단다.
아빠 엄마는 우리 랄라가 아주 건강하고 따뜻한 아이라고 믿고 있어. 그래서 랄라가 아빠, 엄마와 함께 소풍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단다. 그리고 랄라가 태어나면 엄마와 아빠가 특별히 좋아하는 바다와 산을 다니면서 우리 자연의 너그러움과 아름다움도 함께 느끼자꾸나.
세상은 참으로 넓고 많은 일이 벌어진단다. 때로는 거칠고 힘겨운 일도, 그리고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일도 벌어지는데, 아빠와 엄마가 우리 랄라 곁에 항상 함께 할게. 아빠는 우리 랄라가 늘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바라지만, 간혹 세상의 일이 랄라에게 너무 힘에 겹더라도 힘차게 이겨낼 수 있는 지혜로운 랄라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랄라가 항상 세상의 여러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주길 바라고... 엄마 아빠도 우리 랄라 곁에서 늘 응원해 줄게.
랄라가 커서 세상을 알아가고 공부할 무렵, 엄마 아빠와 함께 우리 많은 얘기를 하자꾸나. 우리 랄라가 튼튼히 자라고 열심히 하루를 살 수 있도록 아빠가 최선을 다할게. 그리고 아빠가 세상의 힘겨운 파도에 늘 변하지 않는 바위산이 되어서 우리 랄라를 안아줄게.
랄라야, 우리 곧 만나서 행복하고 즐겁게 그리고 웃음 가득한 우리의 세상을 만들어 가자. 엄마 아빠가 기다릴게. 그럼 안녕!
2002년 10월 24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