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Do They Act That Way?

10대들의 사생활

by Rainsonata


초등학교 5학년 가을 학기에 들어서면서 랄라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왔다.


우리 모녀는 내가 랄라 초등학교 도서관 봉사를 하는 날에는 늘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것은 수년간 반복되었던 일상이었고 사랑스러운 의식이기도 했다. 그런데 랄라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된 가을부터 내가 봉사활동을 마치고 카페테리아에 앉아 있으면 짜증과 성가심이 뒤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난 생전 처음 마주한 랄라의 차가운 눈초리에 가슴이 시렸다. 그 무렵 부모나 어른을 대하는 랄라의 무례한 태도는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랄라와 함께 있으면 낯설고 불편한 날이 늘어났다. 그렇게 우리의 익숙한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랄라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으로부터 더 멀리 더 오래 떠나갔다. 랄라는 대부분 시간을 자신의 방에서 보냈고, 우리는 랄라에게 '동굴 소녀'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이듬해 랄라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스톰과 나는 앞으로 더욱더 깊어질 랄라의 사춘기를 우려하며 입학생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그 당시 우리 부부의 구호는 "뭉쳐야 산다!"였다. 랄라가 우리의 평정심을 흔들면 흔들수록, 우리 둘이 단결해서 잘 헤쳐나가 보자는 비장한 각오를 담은 구호였다. 그날도 스톰과 나는 "뭉쳐야 산다!"는 슬로건을 서로에게 상기시키며, 강당 맨 앞줄에 앉아 교장 선생님 말씀을 열심히 들었다. 그 날밤, 교장 선생님께서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신 책이 한 권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추천도서를 읽으며 랄라를 대할 때 요동치는 나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논리적 사고와 이해로 랄라의 사춘기를 지켜봐야겠다는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이제는 랄라도 기나긴 '동굴 소녀'의 생활양식을 마무리하고, 자연과 벗하며 친구들과 즐거운 고등학교 졸업반을 맞이할 준비 중에 있다. 랄라의 해맑은 눈빛과 유쾌한 웃음도 돌아왔다. 스톰과 나 사이에 "뭉쳐야 산다!"라는 구호도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췄다. 비로소 우리도 랄라의 사춘기가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음을 진심으로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막상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랄라의 사춘기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보너스도 제법 푸짐했다. 랄라의 질풍노도 시기에 스톰과 나는 한 팀이 되어 카약을 타며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고, 버릇없는 아이의 행동을 보면 쉽게 그 아이의 인성을 평가하던 나의 고약한 버릇이 고쳐졌으며, 나만의 시간이 늘어난 덕분에 심리 치료와 마음공부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감사한 건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하는 습관이 몸에 베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부모님이 있다면, 또는 앞으로 다가올 자녀의 사춘기에 대해 미리 예습하고,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는 건강한 부모 역할을 공부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미국의 심리학자 David Walsh의 <Why Do They Act That Way?> 한국어 번역본 <10대들의 사생활>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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