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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sonata May 02. 2022

글 수다의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

2022년 4월 30일


미니멀리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우리 집 가구 목록은 아래와 같다.


접이식 매트리스

피아노

아일랜드 식탁 의자

책상

의자


사실 믿기 어려웠다. 인생의 대부분을 맥시멀리스트로 살아왔던 내가 이렇게 간소한 살림살이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특히 요즘 느끼는 충만감은 형언조차 어려울 정도다. 물건이 정리되고, 내가 아끼는 책들 마저도 정리가 되자, 나의 관심은 '글'로 옮겨졌다. 조금이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이 시기를 내 삶의 흔적을 기록한 글을 정리하며 보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파일을 열었다. 


컴퓨터에 글을 남기기 시작한 건 2004년 7월 11일부터였고, 그중 에세이 형식의 글과 단편적 생각을 기록한 짧은 글을 모두 모아보니 약 600편에 다다랐다. 글의 주제는 크게 육아, 일상, 애도, 수행으로 나눌 수 있었다. 나는 모든 글을 빠짐없이 다시 읽고 교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말'뿐만 아니라 '글'로도 엄청 번다한 수다를 떨어왔다는 것을. 진심 어린 반성에는 행동의 변화가 뒤따라야 하듯, 많은 글 중에서 여운이 남는 글만 골라서 각 주제에 맞춰 정리했다. 그야말로 미니멀리즘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몹시 '나'다운 의식이었다. 그래서 감사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어떤 그릇에 나의 글을 담아낼까?' 고민하던 중 '브런치북' 광고를 보게 되었다. 나는 즉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2021년 9월 3일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이제 그 결과물로 몇 권의 '브런치북'이 만들어졌다. 지금의 기분은 상쾌하고 가뿐하다. 역시 글도 물건도 정리만큼 좋은 청량제는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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