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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sonata Sep 01. 2023

작은 것의 위대함

思索

2023년 9월 1일 금요일


나는 작은 것의 위대함을 믿는다. 그리고 작은 것의 위대함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려고 노력한다. 우선 나 자신이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고자 하며, 그러한 태도가 주위 사람에게도 공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우리가 평소에 듣고 자란 말속에도 작은 것이 지닌 잠재력을 상기시키고, 작은 것을 함부로 무시하거나  방관하면 안 된다는 교훈이 담긴 속담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 몇 가지만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기와 한 장 아끼다가 대들보 썩힌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운다.

작은 고추가 맵다.

작은 불이 온 산을 태운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티끌 모아 태산

하나를 알아야 열을 안다.

하나를 통하여 백을 보여 주다.

하루 물림이 열흘 간다.

한 마리 고기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

한시를 참으면 백 날이 편한다.



대다수의 내담자는 성장기/관계성 트라우마, 불안과 우울 그리고 인생 전환기의 심리적 고통을 털어놓기 위해 전문가를 찾는다. 특히 개인 정보 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있다는 것은 내담자가 안심하고 자신을 탐색하고 속마음을 나누는데 도움을 준다.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치료적 관계가 맺어지면 심리치료사는 내담자와 함께 그/그녀의 상처와 고통의 근원지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까지 다다르기 위해서는 심리치료사의 공감과 지지 그리고 내담자의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주 1회 50분 세션은 일주일이 가진 10080분의 0.5%에 지나지 않지만, 나는 이 작은 만남이 지닌 힘을 믿는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50분의 잠재력을 믿게 되는 이유는 작지만 꾸준한 실천이 차곡차곡 쌓이면 어떤 변화와 성장을 이루어 내는지 수많은 내담자의 삶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은 것의 위대함을 상기시켜 주는 내담자라는 존재 덕분에 나는 치유와 회복에 대한 신념을 지켜올 수 있었다.


우리는 자신의 짐을 머리에 이고 등에 메고 손에 들고 여행 중에 있다. 그런데 반드시 이 짐이 모두 필요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 꼭 움켜쥔 것들 중에서 아주 작은 보퉁이부터 하나씩 내려놓는 연습을 시작하게 된다.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챙겨갈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일단 보따리에 뭐가 들었는지 내용물을 찬찬히 검토해야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물론 누구에게나 시행착오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때로는 내려놓았다가 생각이 바뀌어서 다시 둘러메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미처 챙기지 못했던 짐을 새롭게 꾸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어떤 날은 덩치 큰 봇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여행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작고 알찬 것의 위대함을 배우기도 하고, 작지만 뿌리가 깊은 집착과 끈질긴 욕심의 생명력에 놀라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실수와 배움을 반복하면서 나에게 필요하고 참된 것들로 삶을 채워가는 지혜를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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