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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sonata Jun 15. 2024

졸업을 축하해!

UCLA 2024

사랑하는 랄라에게,


우리 랄라의 대학교 졸업을 축하한다. 마지막까지 끈기와 의지로 이루어낸 우등 졸업이라는 학업의 성취도 진심으로 축하해! 그리고 랄라에게 사랑과 가르침을 주신 분들께 감사 편지를 보낸 일도 칭찬해주고 싶구나. 오늘 로이스 홀(Royce Hall)에서 열리는 졸업식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코로나 비상사태의 기억 때문일 거야. 2020년 랄라의 고등학교 졸업식을 몇 달 앞두고 COVID-19가 창궐했고, 온 세계는 감염병의 확산으로 심각한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지. 그로 인해 대부분의 학교는 온라인으로 졸업식을 진행하게 되었고, 랄라는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어. 아직도 엄마는 운동장에 임시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받은 졸업장과 상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랄라의 서운한 표정을 잊을 수 없구나. 오랜 기다림 끝에 참석하는 졸업식인 만큼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더불어 우리 랄라의 UCLA를 향한 기나긴 여정도 떠오른단다. 초등학교 5학년일 때, 교내에서 열린 '대학교의 날' 행사를 다녀온 이후부터 랄라의 UCLA 바라기는 시작되었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도 UCLA를 향한 너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어. 언제 어디서나 희망 대학을 묻는 질문에는 UCLA이라고 대답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자 랄라는 신중하고 진지하게 입시 준비를 했어. 학교에서는 자기주도학습으로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고, 봉사/클럽 활동을 통해서는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어. 뿐만 아니라 방과 후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용돈을 벌었고, 친구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냈지. 일찍부터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랄라에게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엄마는 이 글을 쓰며 냉장고에 붙어있는 우리 귀염둥이 랄라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단다. 사진 속에 담긴 20개월 무렵의 랄라를 마주하니 눈시울이 붉어지는구나. 사진에는 우리 랄라가 산책을 즐기고 있는 아름다운 봄날의 모습이 담겨 있어. 연 분홍 베이지 색 원피스를 입고, 입에는 하늘색 쪽쪽이를 물고, 양갈래로 머리를 묶은 우리 아기. 너의 얼굴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고 있지. 왼손에는 체리 핑크색 코트를 입은 푸들 강아지 밸런타인 인형을 들고, 오른손에는 나무 바퀴가 달린 보라색 하마 장난감의 줄을 잡고, 시원한 발걸음을 내딛는 랄라. 풍성한 잔디밭 위를 걷는 랄라의 뒤편으로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고, 저 멀리 커다란 나무들이 늠름하게 랄라를 지켜주고 있는 듯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이구나. 


우리 랄라의 유쾌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엄마는 유치원 입학 때 썼던 편지를 다시 꺼내 읽어봤단다. 체크무늬의 청회색 교복을 입고 빨간 란도셀을 메고 하얀 목양말에 감색 구두를 신고 유치원을 향하던 너의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특히 엄마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있던 너의 그 작고 귀여웠던 손의 촉감을 엄마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단다. 그로부터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이제 랄라는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새 인턴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구나. 랄라의 반짝반짝 빛나는 대학교 졸업식이 열리는 오늘, 배움의 길에 첫걸음을 내딛던 그날의 편지를 엄마와 함께 한 번 더 읽어보지 않을래?



사랑하는 랄라야,


우리 랄라의 유치원 입학(대학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아주 어린 너를 품에 안고 낮잠과 밤잠을 재우던 시절,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 기억나니? 엄마가 노랫말 하나하나에 간절한 소망을 담아 토닥이며 불러주던 그 노래 말이야. 


"자장자장 자장자장 우리 랄라 코 자요.

엄마품에 안겨서 고운 꿈을 꾸면서

착한 마음 가지고 새근새근 코 자요. 

사랑스러운 랄라야. 밥 잘 먹는 랄라야.

잠 잘 자는 랄라야. 귀염둥이 랄라야.

뛰어노는 랄라야. 책을 읽는 랄라야.

마음 예쁜 랄라야. 예의 바른 랄라야." 


위에 쓴 가사는 매일 마다 조금씩 바뀌기도 하고, 때로는 노랫말이 길어지기도 했지만, 엄마는 같은 자장가를 랄라에게 천 번 이상은 불러주었을 거야.


그로부터 만 4년 10개월(21년 8개월)이 지난 오늘. 


엄마 아빠의 소망처럼 건강하고, 밥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예의 바르고, 남을 배려하는 고운 마음씨를 가진 랄라가 튼튼한 몸과 맑은 영혼을 가지고 우리 앞에 서있구나. 어느새 이만큼 자라서 반듯하게 교복(졸업가운)을 입고, 엄마 아빠 두 손을 꼭 잡고, 힘차게 학교를 향해 첫걸음을(마지막 걸음을) 내딛는 우리 랄라를 보면서, 엄마는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단다.


오늘은 엄마를 낳아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새삼 감사하다는 마음이 드는구나. 엄마가 이 세상에 태어났기에 믿음직하고 든든한 아빠를 만날 수 있었고, 이렇게 랄라와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야. 지금까지 랄라와 함께한 시간만으로도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였기에, 우리 랄라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구나. 엄마 아빠의 딸로 태어나 준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축복이었으니 말이야.


랄라야,


이제 정식으로 학교 생활(사회생활)이 시작되는 거란다. 배움의 길을 걷게 된 랄라에게 지금과 같은 건강이 늘 함께 하길 바라고,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길 바란다. 앞으로 우리 랄라가 살아가게 될 사회가 더욱 밝고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엄마 아빠도 매일 노력할 것을 약속할게. 


사랑해 우리 아가. 


2007. 8. 29.

2024. 6. 15.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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