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insonata Aug 20. 2024

마음의 길

뜨개질

2024년 7월 12일 금요일


올해 하안거는 명상과 독서 그리고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명상과 독서는 늘 나와 함께해 온 벗이어서 친근하고 편안한 반면 뜨개질이라는 새로운 친구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창문 같은 존재이다. 내가 뜨개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리 랄라 덕분이다. 늦봄에 랄라로부터 연락이 와서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엄마와 뜨개질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랄라의 제안에 귀가 솔깃해진 나는 우리 동네에서 뜨개질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검색했고, 집으로부터 10분 거리에 있는 시립 도서관에서 매주 목요일 뜨개질 교실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랄라가 졸업 논문을 제출하고 집으로 돌아온 다음 주부터 우리 모녀는 목요일 오후가 되면 함께 도서실로 향했다. 


여름이 오기 전에 랄라는 연분홍 색의 보드라운 담요를 만들었고, 나는 첫 작품으로 동그란 컵 받침을 만들었다. 그런데 담요를 완성한 랄라가 가을이 올 때까지 뜨개질을 쉬겠다고 해서, 얼마 전부터는 나 혼자 뜨개질 교실을 다니고 있다. 도서관 안쪽에 마련된 햇살이 잘 드는 뜨개질 교실 참가자의 연령대는 20대 초반부터 80대 중반까지의 여성들이고, 매주 이곳을 찾는 인원은 10명 남짓 된다. 그런데 지금은 여름 방학이어서 뜨개질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 참가자들로 그 수가 배로 늘었다. 뜨개질 교실이 강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도움이 필요한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뜨개질 경험이 많은 분들이 곁에서 도와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랄라와 나도 이런 친절한 분들의 도움으로 코바늘 뜨기의 첫걸음마를 뗄 수 있었다. 


그렇게 뜨개질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부터 내 손으로 다룰 수 있는 악기가 하나 더 늘어난 느낌이다. 피아노를 칠 때 음표 하나하나에 집중하듯, 뜨개질을 할 때도 한 코 한 코에 집중하는 내가 있다. 마치 피아노 연주를 통해 마음결이 드러나듯, 뜨개질한 면적이 늘어날수록 실로 뜬 마음의 길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러고 보니 물레를 돌리며 흙을 빚는 도자기 공예도, 들 숨과 날 숨을 반복하는 명상도, 마음의 길을 닦아가는 과정이 뜨개질과 닮아있다. 나이를 먹어가며 새로운 취미를 갖는 배움의 과정은 안온하고 흥미롭다. 특히 수많은 내담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고요함과 집중을 즐길 수 있는 뜨개질은 새로운 휴식처를 마련해 준다.

작가의 이전글 졸업을 축하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