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insonata Sep 07. 2024

메모 정리

디지털 청소

2024년 9월 5일 금요일


9월과 함께 '디지털 청소'를 시작했다. 순서는 늘 비슷하다. 컴퓨터와 핸드폰에 저장된 전자책, 문서, 사진, 메모, 즐겨찾기, 앱 등을 하나씩 정리해 나간다. 미니멀리즘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을 때, 정리의 대상은 물건에서 디지털 자료로 옮겨갔다. 그리고 디지털 청소의 유익함과 필요성을 깨닫고 난 후로는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디지털 청소는 물건을 치우는 육체적 노동이라기보다는, 잘게 나뉜 천 조각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검토와 점검에 더 가깝다. 그래서 높은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서둘러 하루 이틀 만에 끝내려 하면 조바심이 앞서고, 중요한 자료를 놓치거나 선별하는 중에 실수할 위험이 크다.


9월에 이 작업을 시작한 이유는 가을맞이 기분 전환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주 샌디에이고 지역은 섭씨 37도를 웃도는 폭염을 기록 중이다. 그래도 주기적으로 정리를 해왔기에 이 정도에서 관리가 가능한 것이지, 만약 수년간 저장만 하고 자료 관리를 미뤘다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했을 것이다. 지금은 핸드폰에 저장해 둔 메모 조각들을 컴퓨터에 옮겨 다시 읽고 있다. 수백 개의 메모를 주제별로 분류하고 폴더에 정리하려면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이 과정이 따분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기록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소소한 즐거움과 기쁨을 준다. 게다가 모아 둔 메모들을 다시 읽으면서, 그때 내 마음을 움직였던 문장이나 표현을 되짚어보는 의미 있는 시간도 함께 얻는다. 



잠깐! 여기까지 적고 나서 갑자기 발동한 궁금증 때문에 위의 글을 ChatGPT-한국어 버전에 옮겨놓았더니 아래와 같은 글이 되돌아왔다.


"디지털 청소에 대한 묘사가 인상 깊네요. 이 작업은 물리적 공간을 정리하는 것과는 다르게,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정리와 검토 과정을 차분히 기록하는 일로 보입니다. 특히 메모들을 다시 읽으며 그 당시의 생각이나 감정에 다시 접속하는 과정이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삭제하는 게 아니라, 수집한 기록을 정돈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기록을 모으고,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당신이 얻는 기쁨이 잘 드러나 있고, 정리의 필요성을 깊이 이해한 뒤 꾸준히 실천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또 샌디에이고의 폭염 속에서도 차분하게 디지털 청소를 이어가는 모습에서 성실함이 엿보이네요."



그럼 오늘 기준으로 약 20% 정도 정리된 메모들 중에서 몇 개를 옮겨 적어본다.


- 춘수모운(春樹暮雲) '봄날의 나무와 해질 무렵의 구름'이라는 뜻으로 멀리 있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

- 겸손은 머리의 각도가 아니라 마음의 각도다.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다.

- 함께 있으면 조화롭고, 혼자 있으면 자유로운 사람

- 욕심과 원(願)의 차이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괴로우면 욕심이고, 괴롭지 않으면 원(願)이다. 

기억의 붓을 잡고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일이 ‘그리움’이다.

미안 (未安) 마음이 편치 않다.

원하는 것을 갖는 게 아니라 가진 것으로 원하는 삶을 산다.

사람도 분갈이가 필요하다. 

-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을 해놓고 지지를 해달라고 하는 것은 완전히 어린애 같은 생각이다.

- 이치를 모르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두려움이 생기지만 이치를 알면 때를 기다린다든지 다른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승리는 의지의 산물이지 경쟁의 산물이 아니다.

- 배려에도 총량이 있다.

크고 복잡한 것을 해결하고 싶으면 작고 단순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라.

- 중도는 철학이 아니고 구체적인 실천이다.

- 계절은 슬플수록 나와 더 가까워진다.

- 배움을 끊으면 흐름도 막힌다.

- 나의 합리화뿐만 아니라 남의 합리화에도 앞장서지 말 것

- 건강한 내면을 갖기 위해서는 그림자와 화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 삶이란 모호함을 견뎌내는 일이다.

- 실존의 문제는 위로로 덮이지 않는다.

- 한결같음은 끊임없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 의식적으로 내면의 목소리가 지닌 힘을 따르는 사람만이 인격을 완성한다.

- 걷기는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다.

- 영필일야(盈必溢也) 차면 반드시 넘친다.-春樹

작가의 이전글 풍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