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insonata Sep 14. 2024

비에도 지지 않고

雨ニモマケズ

2024년 9월 13일 금요일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야쿠쇼 코지(役所広司, 1956-)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퍼펙트 데이즈>와 같은 해에 개봉한 영화로 <은하철도의 아버지>라는 작품이 있다. <퍼펙트 데이즈>에서 보여준 야쿠쇼 코지의 연기도 물론 훌륭했지만, <은하철도의 아버지>에서 만난 그의 모습도 참 좋았다. 이 영화에서 야쿠쇼 코지는 일본의 시인/동화 작가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 1896-1933)의 아버지 미야자와 마사지로(宮澤政次郞, 1874-1957)를 연기한다. 이 영화는 아들의 출생과 성장, 방황과 도전, 투병과 죽음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섬세한 시선을 담아낸다.


미야자와 겐지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은하철도의 밤>의 저자이며, 사후에는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인물로 일본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을 사랑한 작가로 오늘날까지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는 미야자와 겐지의 주요 작품은 <미야자와 겐지 걸작선>으로 한국에서도 출판되었다. 1933년 급성 폐렴으로 사망하기 2년 전, 35세의 미야자와 겐지가 자신의 수첩에 적어 놓은 "비에도 지지 않고"로 시작되는 기도문은 언제 읽어도 감명스럽다. 이 글은 그가 품었던 선한 소망을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



雨ニモマケズ

風ニモマケズ

雪ニモ夏ノ暑サニモマケヌ

丈夫ナカラダヲモチ

慾ハナク

決シテ瞋ラズ

イツモシヅカニワラッテヰル

一日ニ玄米四合ト

味噌ト少シノ野菜ヲタベ

アラユルコトヲ

ジブンヲカンジョウニ入レズニ

ヨクミキキシワカリ

ソシテワスレズ

野原ノ松ノ林ノ䕃ノ

小サナ萱ブキノ小屋ニヰテ

東ニ病気ノコドモアレバ

行ッテ看病シテヤリ

西ニツカレタ母アレバ

行ッテソノ稲ノ束ヲ負ヒ

南ニ死ニサウナ人アレバ

行ッテコハガラナクテモイヽトイヒ

北ニケンクヮヤソショウガアレバ

ツマラナイカラヤメロトイヒ

ヒデリノトキハナミダヲナガシ

サムサノナツハオロオロアルキ

ミンナニデクノボートヨバレ

ホメラレモセズ

クニモサレズ

ソウイフモノニ

ワタシハナリタイ


南無無辺行菩薩

南無上行菩薩

南無多宝如来

南無妙法蓮華経

南無釈迦牟尼仏

南無浄行菩薩

南無安立行菩薩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고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또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간병해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알려주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지둥 걸으며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고

칭찬도 받지 않고

근심거리도 되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네


나무무변행보살

나무상행보살

나무다보여래

나무묘법연화경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정행보살

나무안립행보살

작가의 이전글 메모 정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