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2025년 2월 14일 금요일
따뜻한 해변의 백사장에서 소라게처럼 웅크린 채 조개껍데기와 산호초를 찾는 놀이를 즐긴다. 십 년 전만 해도 바닷가에서 마주친 예쁘고 독특한 녀석을 모두 주워 손수건 한가득 담아 오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특별히 마음에 드는 몇 개만 골라 집으로 데려온다. 물론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도 있다. 오랫동안 쪼그리고 앉아 모래를 쓰다듬으며 1/4 보폭으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조개껍데기 숫자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다.
각양각색의 조개껍데기와 산호초가 촘촘히 펼쳐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은 대상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뭐든지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도, 정작 서로의 집을 오가고, 생일과 기일을 챙기고, 안 보면 그립고,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바로 떠오르는 얼굴이 몇 안 되는 것과 묘하게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닷가에서의 탐색의 시간을 보낸 후, 나는 몇 개의 조개껍데기와 산호초를 골라 집으로 다시 발길을 돌린다. 부엌 싱크대에 기대어 서서 조개를 감싼 휴지를 조심스럽게 걷어내고 내용물을 말끔히 빗질한 뒤, 뚜껑 있는 종지에 담아 서가로 옮긴다. 앞으로 이들은 내가 아끼는 책들과 선물, 그리고 내가 사랑한 할머니와 아버님의 사진과 함께 이 공간에 머물게 될 것이다.
<바닷가에서>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