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강

마종기

by Rainsonata

2025년 3월 14일 금요일


오래전, 미국의 한 도시에서 한인문화센터가 해외 교민을 위해 무료 심리치료와 상담심리학 교육을 기획했을 때, 나도 작은 힘을 보탠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심리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많은 사람이 편견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대중에게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심리치료와 상담에 대한 닫힌 마음의 문을 두드릴 필요가 있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다섯 명의 인원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해 2년 동안 성실히 임무를 수행했다. 우리는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는 심리학자와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정신 건강 돌봄을 위한 다양한 워크숍과 세미나를 개최할 수 있었다.


운영진의 주요 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각자 좋아하는 시를 나누는 시간을 갖곤 했다. 이제는 우리가 열심히 준비했던 행사들의 세부적인 내용은 희미해졌지만, 어느 날 노교수님께서 온화한 음성으로 읽어 주신 한 편의 시(詩)만큼은 여전히 가슴에 또렷이 남아 있다. 시 낭독이 끝난 후, 교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친구'와 '우정'에 대해 질문하셨다. 그리고 "내 나이가 되었을 때, 그런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이셨다. 교수님의 말씀이 끝나자, 나는 한국에 있는 한 친구의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 서로에게 주는 편안함, 그리고 오랜 우정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촉촉한 봄비가 내리는 오늘 아침, 나는 그날 들었던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을 다시 읽으며 그 친구의 얼굴을 떠올린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외롭지 않으며, 자주 볼 수 없지만 언제나 함께하는 듯한 친밀감을 주는 나의 37년 지기(知己)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이 시를 부친다.




<우화의 강>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게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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