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作孼 自作孼
2025년 8월 29일 금요일
<맹자집주>를 읽는 동안, 온전히 마음에 스며든 장(章)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루장구/상( 離婁章句/上) 제8장이었다. 이 장을 만나 그 뜻을 차분히 곱씹으며 공부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문득 작년 가을이 떠오른다. 역경(易經) 47괘 택수곤(澤水困)의 육삼(六三) 효사를 읽으며 처음으로 '자작얼'(自作孼)이라는 단어를 접했는데, 그 의미가 깊어 글로 남겨 두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맹자집주>에서 처음으로 ‘천작얼’(天作孼)을 만났다. 같은 ‘얼’(孼) 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전혀 다른 뜻을 품은 두 단어와의 우연한 만남, 이것이야말로 고전을 읽는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제8장(第八章)
부인자가여언장(자취지야장) 不仁者可與言章(自取之也章)
8-1
孟子曰 不仁者는 可與言哉아 安其危而利其菑하여 樂其所以亡者하나니 不仁而可與言이면 則何亡國敗家之有리오
맹자(孟子)께서 말씀하였다. “불인(不仁)한 자와는 더불어 말할 수 있겠는가. 위태로움을 편안히 여기고, 재앙을 이롭게 여겨 그 망할 짓을 좋아한다. 불인(不仁)하면서도 더불어 말할 수 있다면 어찌 나라를 망하고 집안을 패하게 하는 일이 있겠는가.”
安其危, 利其菑者는 不知其爲危菑하여 而反以爲安利也라 所以亡者는 謂荒暴淫虐하여 所以致亡之道也라 不仁之人은 私欲固蔽하여 失其本心이라 故로 其顚倒錯亂이 至於如此하니 所以不可告以忠言하여 而卒至於敗亡也니라
안기위(安其危), 이기재(利其菑)는 이것이 위험과 재앙이 됨을 알지 못하여 도리어 편안하고 이롭게 여기는 것이다. 망할 짓(所以亡)은 황포(荒暴)하고 음학(淫虐)하여 패망에 이르는 방도를 이른다. 불인(不仁)한 사람은 사욕에 굳게 가려 본심(本心)을 잃는다. 그러므로 전도(顚倒)하고 착란(錯亂)함이 이와 같음에 이르니, 이 때문에 충언(忠言)으로 고해 줄 수 없어 끝내 패망에 이르는 것이다.
8-2
有孺子歌曰 滄浪之水淸兮어든 可以濯我纓이요 滄浪之水濁兮어든 可以濯我足이라하여늘
유자(孺子) 동자(童子)가 노래하기를 ‘창랑(滄浪)의 물이 맑으면 나의 <소중한> 갓끈을 빨고, 창랑(滄浪)의 물이 흐리면 나의 <더러운> 발을 씻겠다.’ 하였다.
滄浪은 水名이라 纓은 冠系也라
창랑(滄浪)은 물 이름이다. 영(纓)은 갓끈이다.
8-3
孔子曰 小子아 聽之하라 淸斯濯纓이요 濁斯濯足矣로소니 自取之也라하시니라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시기를 ‘소자(小子)들아, 저 노래를 들어보라. 물이 맑으면 갓끈을 빨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니, 이는 물이 자취(自取)하는 것이다.’ 하셨다.
言 水之淸濁이 有以自取之也라 聖人은 聲入心通하여 無非至理를 此類可見이로다
물의 맑고 흐림이 갓끈과 발을 자취(自取)함을 말씀한 것이다. 성인(聖人)은 소리가 <귀에> 들어가면 마음으로 통달하여, 지극한 이치 아님이 없음을 이러한 유(類)에서 볼 수 있다.
8-4
夫人必自侮然後에 人侮之하며 家必自毁而後에 人毁之하며 國必自伐而後에 人伐之하나니라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뒤에 남이 업신여기며, 집안은 반드시 스스로 훼손한 뒤에 남이 훼손하며,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공격한 뒤에 남이 공격하는 것이다.
所謂自取之者라
이른바 '자취(自取)한다'는 것이다.
8-5
太甲曰 天作孼은 猶可違어니와 自作孼은 不可活이라하니 此之謂也니라
태갑(太甲)〉에 이르기를 ‘하늘이 지은 재앙은 그래도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지은 재앙은 <피하여> 살 수 없다.’ 하였으니, 이것을 말한 것이다.
○ 此章은 言 心存則有以審夫得失之幾요 不存則無以辨於存亡之著니 禍福之來가 皆其自取니라
○ 이 장(章)은 마음이 보존되면 득실(得失)의 기미를 살필 수 있고, 보존되지 않으면 존망(存亡)이 드러난 것도
분별할 수 없으니, 화(禍)와 복(福)의 옴이 모두 자취(自取)임을 말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