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 남은 사람

애도와 추모

by Rainsonata

2025년 10월 10일 금요일


지난달 시애틀로 출장을 떠났던 스톰과 나는 바쁜 하루를 마치고, 늦은 밤 호텔로 돌아와서야 시이모부님의 부고를 확인했다. 우리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5년 전 아버님을 잃었을 때는 물컹거리는 슬픔이 지체 없이 터져 나왔는데, 이번엔 이상하게도 그러지 않았다. 그날 밤, 자정을 훌쩍 넘길 때까지 나는 비누처럼 부드러운 시트를 감싸고, 오랜 시간 미동도 없이 침대에 앉아 있었다. 반면 스톰은 시트를 머리 위까지 뒤집어쓴 채 조용히 누워 있었다. 숨소리에 섞인 목메임이 바람처럼 새어 나왔지만, 나는 일부러 말을 걸지 않았다. 스톰도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 큰 슬픔 앞에서는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십오 년 전 할머니를 여의고 처음 배웠다. 입을 열면 나의 사랑이, 나의 그리움이, 나의 슬픔이 몸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조차 아까웠던 그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다행히도 거대한 캘리포니아 킹사이즈 침대 덕분에 우리는 한 이부자리를 나누면서도 각자의 성역 안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 애도할 수 있었다.


이모부님을 처음 찾아뵌 건 스물다섯 해 전 가을이었다. 당시 스톰은 대학원을 막 졸업하고 실리콘벨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무렵이었고, 우리는 그해 겨울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취업 비자 심사 중이던 스톰은 한국에 나올 수없었으므로, 나는 어머님과 단둘이 시댁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이모부는 내가 만나본 노신사 중 '로맨스그레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었다. 굳이 세부적인 묘사를 하지 않아도, '로맨스그레이'의 사전적 정의를 떠올릴 때 저절로 연상되는 이미지가 바로 이모부였다. 첫 만남에서 이모부의 고향이 우리 할머니와 같은 황해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직감적으로 이모부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될 것임을 느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이모부는 스톰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소년 시절 스톰을 낚시의 세계로 안내해 준 집안의 어른이자, 스톰이 성장한 뒤에도 함께 떠난 낚시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그런 분이었다. 스톰은 아직도 이모부에게 처음 어린이 낚싯대 세트를 선물 받던 날의 기쁨을 마음 한편에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스톰은 랄라에게 이모부를 단순한 '이모부'가 아니라 '아버지와 이모부 사이의 존재'라고 설명하곤 했다.


부고를 받은 지 어느덧 네 주가 흘렀다. 이제야 마음의 호흡을 가다듬고 컴퓨터 앞에 앉아, Chanel Allure Homme의 향기로 기억될 이모부님께 Clare Jones의 시 한 편을 헌사한다.


<As We Look Back>


As we look back over time
We find ourselves wondering
Did we remember to thank you enough
For all you have done for us?
For all the times you were by our sides
To help and support us
To celebrate our successes
To understand our problems
And accept our defeats?
Or for teaching us by your example,
The value of hard work, good judgement,
Courage and integrity?
We wonder if we ever thanked you
For the sacrifices you made.
To let us have the very best?
And for the simple things
Like laughter, smiles, and times we shared?
If we have forgotten to show our
Gratitude enough for all the things you did,
We're thanking you now.
And we are hoping you knew all along,
How much you meant to us.


<돌아보며>


세월을 거슬러 돌아보며
문득 생각해 봅니다


당신께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모든 일들에
충분히 감사드렸던가요


언제나 곁에 머물러
우리를 돕고 지지하며
성공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근심을 이해하며
실패조차 품어주셨던 순간들


삶 속에서 보여주신 가르침

성실함과 올바른 판단
용기와 진실함의 가치


우리가 가장 좋은 것을 누릴 수 있도록

기꺼이 내어주신 마음
함께 웃고 미소 지으며
나누었던 소박한 시간들


그 모든 것에
충분히 감사드렸던가요


혹시 그 마음을 다 전하지 못했다면
지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바라봅니다


당신이 언제나 알고 계셨기를
당신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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