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7일
오늘 아침은 유난히 기운이 없어서 가까스로 랄라 도시락만 챙겨주고, 집 앞 스쿨버스 타는 곳까지 같이 걸어갈 힘도 없어 결국 랄라는 아빠와 둘이서 집을 나섰다. 혼자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있는데 남편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옆에 앉았다.
남편: 그대 피곤할까 봐 그냥 재우려고 했는데, 이 말은 그대가 듣고 자야 될 거 같아서 말이야.
레인 소나타: 랄라 학교 잘 갔어? 무슨 일 있어?
남편: 랄라가 방금 전에 버스를 기다리다가 하늘에 떠있는 샛별을 발견하고는, '왕할머니다. 아빠!' 그러는 거야. 그러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아빠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되는 거예요. 왕할머니처럼...' 그러는 거야. 그래서 이 이야기는 지금 그대에게 꼭 해주고 싶어서.
가끔은 별안간 상처를 입기도 하고, 아니면 오늘처럼 홀연히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인생이란 그런 걸 거다.
(후기)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온 랄라에게 오늘 아침 샛별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더니, 랄라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랄라야, 오늘 아침에 랄라가 왕할머니 별 봤다면서? 아빠가 말씀해 주셨어. 랄라 말데로 왕할머니는 별이 되신 걸까?
랄라: 네. 왕할머니는 사랑을 많이 받아서 별이 된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엄마가 죽으면 엄마도 왕할머니가 사는 별에 갈 거예요. 왜냐면 왕할머니를 가장 많이 사랑한 사람은 엄마니까.
엄마: 응. 그래. 그렇구나. 랄라야 근데 지금은 아니고. 아주 나중에 아주아주 나중에 슬프지만 엄마도 언젠가는 왕할머니 별로 가야 할 때가 올 거야. 하지만 랄라야. 엄마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서 우리 랄라 아기 낳으면 잠 부족할 테니까 아기도 봐주고 랄라가 엄마 집 와서 편한 게 쉬어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으니까, 엄마가 이다음에 그런 거 우리 랄라 한데 다 해주고 난 다음에 왕할머니 한 데 가게 될 거야. 그러니까 랄라는 지금 아무 걱정하지 말아도 돼. 알았지? 그리고 랄라야. 사랑한 사람들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거 알지? 그래서 나중에 엄마가 이 세상에 없게 돼도 엄마와 랄라는 영원히 함께 하는 거야. 엄마 말 알지?
랄라: 네, 알아요.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인 것임이 분명하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고, 부정한다고 바뀌지도 않는다. 결국에는 누구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떠나는 이도, 남겨질 이도, 각기 다른 몫의 슬픔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도 삶을 이야기하는 것만큼의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그래서 우리 랄라가 왕할머니의 임종을 함께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을 축복으로 생각한다. 주무시는 듯 평온했던 할머니의 얼굴과, 온 가족이 할머니를 에워싸고 사랑한다고 울부짖던 그 절절한 순간. 삶과 죽음이 공존하던 그 찰나에, 랄라는 많은 것을 느끼고 가슴에 새겼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