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나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오전 10시. 공항에 일찍 도착한 나는 코스타*에 앉았다. 출발시간이 약 세 시간 남아있다. 여러 가지 현상들과 사물들을 보면 엄청난 생각들이 머리 속을 엄습하지만, 그 순간을 놓치면 나는 그 순간을 잃어버리고 만다. 물론 그때 그때 사진을 찍지만 그 사진들은 글에 대한 보조 수단이다. 어떠한 특정한 시간에 어떤 특정한 생각을 했는지 확인하려면 글과 이미지가 합쳐져야 온전한 기억이 된다.
나는 지금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고 있다. 그의 나이 서른이 될 무렵, 그가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장면을 읽고 있다. 그는 내 나이와 비슷한 시기에 엄청난 결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한 것은 생각하는 것과 결심하는 것, 결심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은 사람들이 무엇을 실행하기 전에 실패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나에게 가진 것이 없다면 또는 잃을 것이 없다면, 나는 나의 존재를 온전히 던진 수 있을 것이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내 행위의 기회비용은 영(zero)이 될 것이니까.
나는 부서지고 또 부서진다. 내 행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가 아니겠지. 내 행위의 실패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나의 진심은 아니겠지. 나는 태어날 때부터 발가벗고 있었으니, 어떠한 부끄러움도 또한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겠지. 어떠한 날에는 비와 함께 사라질 테니까.
*Costa 영국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Murakami, H. (2009).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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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랑은 나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김동환(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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