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원경'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것은 거울일까'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사람 이름이었다. 주인공 신오가 5년 전에 만나서 4년 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 원경. 신오는 원경이 그와 아주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약 1년 전 원경과 헤어졌다. 그 이유는 원경의 집안 내력에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몇몇 있고, 신오는 그런 내력이라면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원경과 헤어진다. 그리고 1년 후 신오의 12월 건강검진에서 췌장 부근 어딘가에서 전이암을 발견한다.
인생은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어딘가에 있다. 인생이 예측 가능하다면 그것은 자연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인공지능일 뿐. 아니 요즘은 자연이 인공지능이지만.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신오조차도 큰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있는 회사의 일에 신경이 쓰인다. 회사의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회사의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늘 마지막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존재하지 않을 그 모래성을 쌓기 위해 개미처럼 일한다. 그리고 지쳐 쓰러질 즈음에는 마치 좀 더 사랑하지 못했다고, 그 자신이든 그 누구든.
신오는 원경에게 잘 지내냐는 문자를 보내고 원경은 이모집에 있다는 말에 원경과 언젠가 한 번 가본 적 있는 이모의 집으로 나선다. 원경의 이모는 운주 어딘가의 산에 집을 짓고 사는데 산불로 집이 다 탄 상태였고, 그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주변을 정리하는 중 신오는 원경에게 원경을 떠난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5년 전에 자신이 암에 걸렸고 이제는 회복이 되었다고. 그러나 원경이 신오에게 한 말은 다소 충격이었을까. 원경은 신오가 헤어지자는 말을 안했으면 자신이 했을 거라고. 원경은 이미 미세한 그 무엇에서부터 신오와의 차이점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신오는 원경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었지만.
우리가 보는 세계는 한정적이고 자신의 렌즈로 최적화 되어있다. 우리는 그 굴절률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타인을 판단한다. 그러나 타인이 꼭 자신만의 똑같은 렌즈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의 시력의 굳은살로 세상을 남을 판단하고 있다.
마무리는 다소 맥이 빠졌다. 아마도 결말을 꼭 보고야 말겠다는 독자의 이기심인지. 한참을 계속하는 영화가 갑자기 단절된 순간이었다. 그 이후는 아마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는 진부한 말을 남기는 것인지.
우리는 어쩌면 죽음의 순간에 남을 탓하거나 부러워하거나 또는 감사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 또한 멀쩡한 현재의 감정에서는 그 순간을 예단할 수 없을 것이다.
신오의 건강검진을 보며, 나의 몇 년전 건강검진을 떠올렸다. 도무지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있을 때 느끼는 허탈감이란 아무런 병이 없는데 밤새도록 식은 땀을 흘리고 잠을 수없이 깨는 날이 많았다. 병이란 물질이나 정신이 제자리에 있지 않을 때 나타나는 일종의 스트레스이다.
나의 정신과 육체의 제자리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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