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기억]

by 김동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그것은 벌써 25년도 더 지난 과거, 난 강원도의 한 시골 고등학교를 다녔었다. 그때 우리 반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우리와 다르게 CD 플레이어를 갖고 있었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카세트테이프, 즉 워크맨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데 그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여름 방학 때마다 서울 교보문고 등에 가서 사 오는 영자 신문이나 스누피 같은 영어로 된 단행본 책이 눈길을 끌었다. 그 당시 고등학교 때에만 해도 영어로 된 책을 사는 것은 시골에서 힘든 일이었기에, 그 친구가 책을 사 오면 구경거리라도 난 듯 구경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말을 지금에야 한다면, 아마도 거짓말처럼 들릴 것이다. 어느 서점에 가더라도 영어책을 볼 수 있고, 인터넷으로 주문만 하면 영어책을 받아 볼 수 있는 세상.


지금도 여전히 책과, 원서를 좋아하지만, 무엇이 그것을 신기하게 만들었는지, 내가 지금도 왜 원서를 읽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진실로 영어로 된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그저 무심코 안다고 지나치는 일이 없도록,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다.


요즈음 같은 시대에 천천히 무엇을 음미한다는 것, 한 가지를 반복해서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의 영어책을 보며 신기해했던 그 시절과 지금은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우리는 이제 무엇에 신기해하고, 무엇을 반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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