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낭비

[기억]

by 김동환

“한국말 중에 낭만에 가장 가깝고 비슷한 단어를 찾는다면 아마도 낭비가 아닐까 싶다.”


씨네21 no.1521. 2025.08.21-09.02

편집장 송경원 님의 “낭만에 대하여” 중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종종 아니 자주 낭만은 낭비에 버금가곤 한다. 송경원 편집장은 “낭만은 대체로 비효율적이고 비이성적이다. 쓸모가 없을수록, 생산성이 떨어질수록, 어리석어 보일수록, 그 모자란 빈칸에 낭만이 차오른다.”라고 했다.


그렇다. 내가 20대 중반에 그렇게 ‘투스카니’를 사고 싶어 했던 것. 수중에 돈은 없었고, 유리창에 프레임이 없는 프레임리스 차는 국산차에 흔하지 않았었다. 2007년도 정도로 기억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던 옵션이 없는 ‘깡통차’ 투스카니는 차값만 약 1300만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 낭만을 지킬 수 없었고, 그 가격으로 효율성이 좋은 5년 된 싼타페 중고를 산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그 포지션의 차를 사려고 했지만 번번이 인연이 닿지 않았다. 아마 기아의 스팅어, 그리고 현대의 벨로스터가 단종된 것도 한국 특유의 ‘효율성’ 때문이었으리라.


우리나라의 차 중 색깔이 검은색, 회색, 흰색이 아닌 것들을 찾기 힘든 것처럼, 우리는 종종 어떤 물건을 사기도 전에 그것을 팔 때부터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낭만과 낭비의 사이에 우리가 지나치는 것은 종종 첫사랑이다. 첫사랑은 아무도 모르게 다가와 단지 소모적이고 낭비적으로 지나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한 낭만성은 어느 한 지점에서 머물렀을 것이다. 마치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가 데이지를 위해 준비했던 성대한 파티처럼.


예전에 누군가가 내 차가 무엇인지 물어봤던 적이 있다. 그때 내 차는 싼타페라고 했는데, 아마도 그 점에서 나의 낭만성이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투스카니에는 나의 이삿짐이 들어갈 여유가 없었고, 나는 단지 싼타페가 필요했을 뿐인데, 나의 낭만성은 차의 공간이나, 차 유리창의 프레임이 있고 없고의 여부와는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누가 또 알겠는가. 머리 색깔이나, 다른 믿음, 그리고 유행에 따르는 정도까지, 그것을 낭만성의 범주에 넣으려면 넣을 수 있을는지도, 누군가에게나 낭만은 저마다의 낭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식인의 책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