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 정호승 (2002)
책을 펼치니 친구가 나에게 보내는 글이 적혀있다. 때는 2002년, 책장에 여러 시집이 많았던 시기이다. 우리는 그렇듯 책과 음반을 서로 선물로 주고받으며 우정을 때로는 사랑을 이야기하였는지도.
이 책은 ‘어른이 읽는 동시’라는 부제가 있다. 동시란 무엇인가. 아마도 우리의 부자연스러움이나 편견이 최대한 억제된 그러한 형태의 순수함이 아닐까.
책장을 정리하다가, 손길이 안 닿는 책을 정리하고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한다. 여럿 많던 시집 중에 이 책을 남겨 둔 것은 아마도 첫 장에 적힌 친구의 글 때문이었으리라. 지금은 그 친구와 많은 교류를 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20여 년 전의 잉크로 연결되어 있다.
책 장을 넘기며 시 한 편을 적는다.
어떡하지?
정호승
내 얼굴에 입이 없다면
밥은 못 먹어도 좋으나
엄마 뺨에 키스할 수 없어서
어떡하지?
내 얼굴에 눈이 없다면
밤하늘 별들은 바라보지 않아도 좋으나
엄마를 바라볼 수 없어서
어떡하지?
내 얼굴에 코가 없다면
숨을 쉴 수 없어도 좋으나
엄마 냄새 맡을 수가 없어서
어떡하지?
이내 시를 읽어 내려가다
덩그러니 눈물이 고인다.
사랑, 그 근원은 나의 시작과 그리고 끝으로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