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2025년 문학동네 북클럽 멤버십을 신청하면서 2권의 책을 신청했는데, 하나는 피터 한트케의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이고, 나머지 하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였다. 오늘에야 그 책을 읽고 글을 남긴다. 피터 한트케의 책을 고른 것은 그가 노벨상 수상자라 고른 것이 아니라, 제목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그가 노벨상 수상자인지도 몰랐다. 작년에 그 책을 읽었으나, 독서록을 남기지 않았으니 추후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템페스트‘를 고른 이유는 작년에 읽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나를 템페스트로 인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글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우선 옛날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1564년 영국에서 태어나 1616년까지 약 52년의 삶을 살았다. 아주 유명한 사람이지만 그의 극을 읽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문학동네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템페스트’(이경식 옮김)를 읽었는데 옮긴이가 말한 것처럼 셰익스피어 번역의 어려움은 주로 두 가지에서 기인한다.
첫째, 하나는 셰익스피어 시행 대사들은 무운시(blank verse)로 되어 있는데 이를 한글로 완벽히 번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과 두 번째는 각종 비유와 은유, 특히 다의어와 동음이의어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를 한국어로 뉘앙스까지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즉 옮긴이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역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산문적인 뜻이라도 전달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템페스트, 윌리엄 셰익스피어, 옮긴이의 말 중
만약, 이 책을 읽고 원문이 읽고 싶어 졌다면 어쩌면 옮긴이의 소명을 다한 것이 아닐까.
그러한 번역의 어려움이 나타난 부분을 살펴보면, 2막 1장을 보자.
곤잘로: “When every grief is entertain'd that's offer'd, Comes to the entertainer -"
시배스천: "A dollar."
곤잘로: "Dolour comes to him, indeed: you have spoken truer than you purposed."
곤잘로: 일어나는 고난을 죄다 받아들이면 결국 그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생기는 것은-
시배스천: 한 냥.
곤잘로: 진정 슬픔입니다. 당신의 말은 당신이 의도한 것보다 더 그럴듯하오.
위 번역만 보아서는 그 뜻을 전혀 알 수 없다. 역자는 각주로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있다.
*‘한 냥.’ 돈(dollar)과 슬픔(dolour)의 발음이 유사하여 이러한 말장난이 가능함.
즉 돈과 슬픔의 발음이 유사하여, 곤잘로는 고난을 받아들이면 결국 그 사람에게 생기는 것은 슬픔이지만(슬픔을 받아들이려는 자에게는 진정한 슬픔이 찾아온다), 시배스천은 entertainer라는 단어에서 그것을 제공하는 사람이 받는 것을 돈이라고 말하고 있고, 이를 다시 곤잘로가 받아 시배스천이 의도한 것보다 더 정확히 맞다고 말하고 있다(dolour, 즉 음이 비슷함).
그런데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셰익스피어의 고향은 영국인데 왜 달러가 나오지’라는 의문이다. 영국은 파운드화를 사용하고 달러는 미국통화이기 때문에 이것은 이상한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탈러(Thaler)라는 은화를 영어식으로 달러(dollar)라고 불렀다. 그래서 여기에 달러라는 용어가 나온 것이다.
이렇듯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글로 읽는 것은 일견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문학작품을 읽을 때에는 어느 나라 작품이던지 원서를 읽을 때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고, 작가가 의도한 것을 느낄 때도 있고, 못 느낄 때도 있으며,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것을 느낄 때도 있다.
5막 1장에서 미랜더가 많은 왕족과 귀족을 만났을 때 하는 말을 보면,
O, wonder! How many goodly creatures are there here! How beauteous mankind is! O brave new world, that has such people in't!
훌륭한 사람들이 여기에 이렇게도 많다니! 인간은 정말 아름답구나! 이런 분들이 존재하다니, 참 찬란한 신세계로다!
그러나 미랜더의 아버지 푸로스퍼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Tis new to thee. 너에게는 신세계이지.
즉 미랜더의 눈에는 그 사람들이 훌륭하게 보이지만, 푸로스퍼로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살펴보면, 멋진 신세계는 brave new world라고 되어 있는데 영어 문법으로 얼핏 보면 new brave world가 더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에서 brave는 용감한 이라는 뜻이 아닌, 멋진, 화려한, 훌륭한 등의 splendid 라는 뜻이다. 따라서 brave new world의 어순이 맞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다 보면 역자가 말한 대로 셰익스피어의 한글본은 그 무운시의 감정과 은유를 건조시켜버린 줄거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원문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문학작품,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과 생각을 100%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생각의 메이커를 동일하게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건조시킨 알갱이를 그저 부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위장을 통과하여 영양소의 흡수없이 배설되어진다.
템페스트, 그 폭풍의 끝에는 꿈과 현실이 뒤섞인, 그리고 희망적으로 삶을 서사하고 싶은 작가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