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일상

[일상]

by 김동환

커피를 마시면 나는 무엇을 마시는 것일까. 커피를 마시는 것이 목적인가. 그 커피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것이 목적일까. 그 커피를 마시러 어떠한 장소에 가는 것이 목적일까. 아니다. 나의 목적은 그 장소에서 특정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만약 혼자 있다면, 나와의 대화나 그 시간에 읽고 싶은 책을 집을 떠나 읽고 싶었던 것임을. 다양한 사람들 속에 나를 규정하고 싶었던 것이었을 수도.


하지만 어떤 커피이건 간에 그 커피를 담는 용기도 중요하고, 그 커피를 같이 마시는 사람도(혼자일지라도)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말소리와 그 분위기 냄새까지도 어쩌면 커피를 마시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


나는 단지 그 커피라는 요소보다 그 시간과 장소가 필요했을 수도. 몇 년 전, 아니 얼마 전 읽었던 책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이 일상도 어쩌면 기억나지 않는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무수한 층의 한 층임을. 일상을 반복하며 이 느낌들을 최대한 살려보려고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화려한 사진과 화려한 주변은 어쩌면 우리 각자가 단단히 꾸민 겉모양일 수도, 그러나 우리의 시각은 그것에 이끌리기에 우리 또한 그것을 간과할 수 없다. 글이나 고도의 지적인, 그리고 진리조차도 그것이 화려한 사진이나 겉모양보다 낫다고 할 근거는 없을 수도.


바로, 우리는 사람이라는 굴레에 있어. 망각과 망상에 사로잡힌.